영화 "크라잉 게임"은 편견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근
거없는 것이며 그렇다면 인간에게 있어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
진다.
IRA의 테러와 동성연애를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는 이 영화는 충격적인
사건과 놀라운 반전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막상 영화에서는 납치 살
인 동성연애등 기괴한 사건들이 전혀 놀랍지 않은듯 천연덕스럽게 펼쳐
진다.
흑인병사 조디(포리스트 퓌태커)를 납치하고 결국 죽게 만든 IRA단원
퍼거스(스테판 리)가 인간적인 부채감으로 조디의 옛 애인 딜(제이 데비
슨)을 찾아가 사랑에 빠지고 다시 옛 동료들의 협박을 받아 파국에 이른
다는 다이내믹한 내용이 마치 이웃집 이야기처럼 나른하게 전개된다.
주인공 스테판 리의 항상 졸린 듯한 표정과 "크라잉 게임](Crying Gam
e)"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When a man loves a woman)등 복고풍 노래
들이 영화를 아주 한가롭고 일상적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를 나른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
닐 조단 감독의 호흡이다. 그는 성급하지 않게 어쩌면 어눌한 느낌이 들
정도로 차근차근 "일상속에 숨어 있는 편견"을 짚어내며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를 밝혀나간다.
인종이나 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들은 "이게 어때서?"라는 아주 단
순한 반문들에 의해 그 권위를 쉽게 잃어버린다. 그리고 관념을 수동적
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관념속에 억압되어 있는 진정한 인간미를 찾아
낼 것을 요구한다.
일상적이 아닌 것을 일상적인 것으로 보여주는 카메라나 "내가 어렸을
때는 생각도 어렸는데.커서는 그것들마저 모두 잃어버렸어"라고 쓸쓸히
얘기하는 주인공 퍼거스의 술회,"인간은 주어진 천성을 벗어날수 없다
"는 식의 주제들이 언뜻 짙은 허무주의의 냄새를 풍기고도 있지만 인간
을 바라보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이를 충분히 보완시켜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