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서울 등촌동에 있는 정 물산에 중년한분이 찾아왔다. 신문에
실린 광고를 보고 전자사전을 급히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해외여행을 앞둔 그는 전자사전으로 여행중 필요한 간단한 영어회화를
습득하기 위한것이라며 며칠만 기다려달라는 회사측을 간신히 설득,시제품
1개를 사갔다.

그는 나중에 고교및 대학교에 재학중인 자식들에게 줄 전자사전 2개를
추가구입해갔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주머니속의 영어교사라고 일컬어지는 전자사전이 관심을 끌면서
지난해부터 중기 신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자사업발전에 따른 부산물인 셈이다. 기존의 영어사전이 종이에 활자를
인쇄해놓은것에 비해 그내용을 CD-ROM에 수록,휴대할수 있도록한것이
전자사전이다.

전자사전은 명함보다 약간 큰것에서부터 소형카메라 크기의 부피속에
수십만 단어를 입력,컴퓨터와 똑같은 배열의 자판을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단어의 뜻을 쉽게 찾아낼수가 있으며 발음을 들을수 있다.

국내에 전자사전이 처음선보인것은 지난 87년.

삼성전자가 30만단어의 영한 한영번역기능을 갖춘 전자사전을
개발,19만원대의 가격으로 판매에 나섰으나 당시만해도 인식부족과
비싼가격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91년부터 공성통신전자 정 물산등 중견전자업체들이 새로운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판촉활동을 강화하면서 전자사전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전자사전시장에 참여한 업체는 공성통신의 잉글리시마스타,정 물산의
워드콤이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면서 지난해엔 동양실업 비전테크
와이즈시스템등이 대만에서 OEM(주문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공급받아
신규참여하는등 7~8개 업체에 이르고 있다.

전자사전의 시장규모는 연간 4백억원을 넘을 것이란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이다. 개당가격이 18만~34만원으로 월평균 1만6천여개이상이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자사전을 만드는 공성통신의 경우 지난 86년 미국의
전자사전류메이커인 프랭클린사와 기술제휴해 OEM으로 수출해오다
국내언어에 맞춰 개발,지난 91년12월부터 시판을 시작했다.

이제품은 특히 미국의 웹스터사전을 토대로 국내대학교수진이 우리실정에
맞게 주석을 달았으며 발음까지 수록했다.

정풍물산의 워드콤은 접으면 손바닥안에 들어가는 사이즈로 영한
한영사전에 전자수첩기능까지 가미했다.

여기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9개국어의 회화까지 수록해놓은게 특징이다.

이들업체외에 동양실업 와이즈시스템등은 최대어휘수록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판촉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전자사전메이커들은 이들제품의 수요층이 비즈니스맨 학생 장년층등으로
넓어지면서 판매목표층을 다양화하는등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맞춰 메이커들은 값싸고 편리한 기능을 갖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등 신제품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양대학교전자공학팀과 산학협동으로 전자사전을 개발한 정품물산은 최근
기능을 대폭 강화한 워드콤캡(모델명 SW-32M)을 선보이면서 대만에 있는
자체생산라인을 대폭 증설키로 했다.

이제품은 특히 영어사전이외에 옥편이 수록되어있어 행정전산망용
4천8백88자에 대한 뜻과 용례를 손쉽게 찾아볼수 있도록 했다.

또 수첩기능으로 1천5백60명분의 전화번호 메모 약속등을 수록할수 있고
계산기 오락게임등을 추가,사용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공성통신은 기존제품에 비해 가격이 싸고(개당 21만8천원)소형화시킨
신제품(모델명 KLM4200)을 개발했다.

공성은 그동안 미주 유럽등 90여개국에 연간 3백만개정도를 수출해온
선두주자임을 내세워 수요층을 파고들면서 종합전자사전메이커로
발돋움하고있다.

이회사는 전자사전이외에 전자성경을 제작하는데 이어 옥편 동의보감
학습교재등도 전자사전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전자사전이 유망사업으로 급신장하면서 삼성전자 대우등도
OEM방식으로 신규참여하거나 검토중에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정풍물산 유지효특수사업과장은 "일부 유통되고 있는 전자사전중에서
기능이 떨어지는 제품이 있다"고 소개하고 이들제품이 전체 전자사전류의
수요확대에 지장을 줄수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홍준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