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등 고전문학에 대한 시단과 학계의 관심이 최근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다.

80년대초부터 시작된 평민사의 "한국의 한시"시리즈(허경진역)가 현재
22권째 책을 내놓고 있고 90년대들어서도 민음사가 김달진씨의 번역으로
"한국의 한시"(3권)를 출간한 것을 비롯 "옛 시정을 더듬어"(손종섭편
정신세계사간)"역시 시화총림"2종등 한시 및 고전시가에 대한 번역물이
계속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조선 최고의 시인" 송강정철의 문학세계가 재조명되고
고조선에서 고려말까지의 고전시가가 번역,출간되는가 하면 "한문학의
유산을 전면적으로 계승해 우리 시를 크게 성장시키자"는 문학사가의
주장도 나오고있다.

고전에 대한 연구와 번역은 우리 전통시의 깊이와 폭을 제대로 알자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국학자료원은 최근 송강4백주기(5일)를 기념,정철(1536-1593)의 삶과
문학세계를 총정리한 "송강문학연구론총"을 출간했다.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가 1936년 "진단학보"에 발표한"송강가사의 연구"를 비롯,최근의
성과까지 삶 가사 시조 한시 등 분야의 송강연구논문들을 망라해 수록했다.

특히 시인 신경림 이은봉씨등이 편찬에 참여,현대시단의 고전문학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의 시인이 읽은 송강의 시"라는 글을
게재한 신경림씨는 "우리의 일상어를 갈고 다듬어 천금같은 국문노래를
남겨 놓았다"며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송강문학의 가치를 평가했다.

현암사에서 출간된 "우리의 옛노래"(임기중편저)는 문헌에 남아있는
최고의 노래인 "공후인"으로부터 "쌍화점""승원가"등 고려의 작품까지
2백여 옛노래를 완전히 현대문으로 번역했다. 최남단 제주도에서 최북단
압록강 두만강까지.지배층 피지배층 남성 여성 어른 아이 임금 신하 스님
속인 등 민족을 총망라한 지역과 계층이 즐겨 부른 옛노래들이다.

한편 오늘의 우리 시인들은 시인으로서의 책임의식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선조들의 시 창작태도를 본받아야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문학사가 조동일교수(서울대.국문과)는 "역사적인 책임의식을 자신에게
되돌려 마음의 바른 자세를 가다듬는 한시의 기본태도가 한용운 이육사
윤동주 김수영등에까지 이어져왔으나 요즘에는 소시민적 왜소함,유행사조에
민감한 처세술이 주가 돼 지사적인 면모가 사라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조교수는 월간 "현대시학"(4월호)이 마련한 특집 "오늘의 우리시와
사상"에서 김흥규교수(고려대.국문과)와의 대담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구호만 나열하는 책임전가형,말장난만 하는 책임망각형이 기본맥락을
이루고 있는 우리시는 "철저한 자기정립후에 역사적인 책임을 다한" 한시의
전통에서 시정신을 배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조교수는 이를 장유의
"뛰어난 시인은 사가를 겸하고 뛰어난 시는 시와 사를 하나로 만든다"는
말에 빗대어 "참여시 민중시는 시를 버리고 사로,90년대 시들은 사를
버리고 시로 돌아가자는 경우"라며 그 한계를 지적했다. 최치원 김극기
이규보 서경덕 이황 정약용 박직원 황현으로 이어진 "역사.사회적 책임의식
속에서 자기자신을 되돌아보는" 한시의 전통을 잇기 위해 오늘의 시인들은
의도적으로라도 자기혁신을 꾀해야한다고 조교수는 덧붙였다.

최근 선시,서정시가 유행하고 있지만 선시는 일본식 감각주의와 유사하고
서정시는 자기얘기 없이 배경묘사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 바탕에 치열한 시정신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전에
관심을 가져 문학의 소아마비현상을 극복하자"는 것이 조교수의 결론이다.

최근 시단에서는 운율을 따지는등 보수적인 시개념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양한 활로모색중에 "다시 고전으로"의 구호가
먹혀드는 시점인 것이다.

<권영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