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퍼 피델리스"는"항상 충성을"을 뜻하는 라틴어로 미국 해병대의
구호다. 며칠전 두 해병장교가 워싱턴 포스트에 "국방부의 공식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전제,"군은 맹목적으로 명령에 복종하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대통령이 아닌 헌법에 충성을 맹세하며 대통령에 대한
솔직한 조언은 명령불복종이 아니다"고 이례적인 선언을 했다.

클린턴 대통령과 군부간의 관계가 갈수록 꼬여들면서 "셈퍼 피델리스"대신
"셈퍼 푸이"(항상 경멸을)라는 빈정거림이 도처에서 일고있다.

얼마전 클린턴대통령이 항공모함 디오도르 루스벨트를 방문했을 때 함상의
남녀장병들은 "군복무도 않은 처지에 군에 대해 뭣을 안다고."하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내놓고 비웃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는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에게 충심으로 경의를 표한다는 현역장병이 37%에
불과,클린턴은 군인들에게 역사상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으로 나타났다.
그는 베트남전쟁때 병역을 기피했다. 뿐만아니라 반전그룹에 동조,"나라는
사랑하지만 군대는 싫어한다"는 모나는 발언까지 기록으로 남겨놓았다.

취임직후 군대내 동성연애 허용조치에 이의를 제기,언론등에서 "명령불
복종"이라고 지탄을 받은 콜린 파월 합참의장등은 "직업적이고 전문적인
조언과 의견이 어떻게 명령불복종이냐"며 시종 당당하다.

"오해"를 부채질하는 에피소드는 꼬리를 문다. 취임 첫주 백악관 파견
합참연락장교인 배리 메커프리 육군중장이 백악관에 들어서는 한
여성보좌관에게 아침인사를 건넸다가 대뜸 "군인하고는 얘기를 못하겠다"며
홱 돌아섰다는 얘기가 매커프리 본인의 입을 통해 일파만파를 탔다.
대통령의 딸 첼샤가 학교갈때 군인 운전사가 운전하는 것을
거부했다느니,또 힐러리 클린턴여사가 백악관내의 군복차림을
싫어했다느니,역대 대통령들이 건강을 체크하는 베테스다 해군병원을
클린턴 자신이 기피한다느니 별별 풍문도 나돈다.

두 해병장교의 기고가 실린 바로 그날 아침 클린턴대통령은 밴쿠버에서 그
매커프리장군과 나란히 아침 조깅을 하며 "관계개선"의 제스처를 사방에
뿌렸다. 그런 다음 백악관에 돌아와 그를 합참본부의 딴 자리로 영전시켜
눈앞의 가시 하나를 제거했다. 군비축소와 국방비삭감등 기득이익의
상실에서 오는 군부집단의 반사적 행동으로 애써 안심하려는 견해도 적지
않지만 정책적 반대를 넘어 "감정의 차원"으로 치닫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