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주가는 최근 2만3천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초 2만8천2백원에 비해 20%가량 떨어졌다. 종합주가지수가
올들어 7.5%가량 오른 것을 감안하면 30%가까이 폭락한 셈이다.

올해 대부분의 현대그룹계열사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올한햇동안
증시를 뒤흔든 정치기류의 영향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올해 주가를 정치주가라고 부른다. 정치권의 동향이 그
어느해보다 크게,그리고 자주 주가를 뒤흔들어왔기 때문이다.

올해초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정치에
뛰어들면서 시작된 정치주가 현상은 14대 대통령선거를 20일가량 앞둔
이달초 현대중공업여직원의 비자금폭로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달
되풀이됐다.

8월들어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정치참여설이 나돌며 현대그룹에 이어
대우그룹계열사주식이 정치기류에 휘말리자 주가하락이 심해졌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2개 그룹주가가 출렁거리며 다른 그룹주식도 덩달아
춤췄고 그때마다 종합주가지수는 한단계 낮은 수준으로 밀렸다.

올해 증시에 충격을 준 정치적 사건은 굵직굵직한 것만 손꼽아도 두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1월3일 정주영회장의 정치참여선언은 2월까지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3.24총선결과 여소야대의 재현,정보사땅 사기사건,김우중회장의
정치참여설등도 주가를 큰폭으로 끌어내렸다.

9월말 노태우대통령의 중립내각구성 선언이후 정치주가현상이 더욱 기승을
부려 10월들어 주가가 정치권동향에 따라 춤추는 형상이 하루건너 하루꼴로
되풀이됐다.

김우중회장의 대통령출마설,박태준의원의 민자당탈당에 이은 국민당
입당설,김복동의원의 탈당에 자극받은 민자당의원의 대거 탈당설등
밑도끝도 없는 루머로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현상이 12월18일의
대선직전까지 이어졌다.

이때 루머에 따른 주가하락폭이 차이를 보이자 증권계에서는 낙폭을
기준으로 루머주인공의 영향력을 비교하는 농담까지 나돌 정도였다.

올해내내 정치권동향이 번번이 장세에 악영향을 미쳐 종합주가지수가
지난8월21일 459선으로 떨어지며 3년전인 88년수준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증시개방 원년에 상승세전환을 기대했던 주식투자자들은 또다시 좌절을
맛볼수밖에 없었다.

올해 주가가 이처럼 정치권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움직인 것은 총선과
대선이 한해에 치러진데다 기업인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증시에서는 정치가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또
선거는 늘 그 결과가 불확실하게 마련이어서 악재로 작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주식투자자는 선거이후를 걱정할수 밖에 없어 선거전에는
투자심리가 위축돼 주가도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기업인이 직접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정치의 주가영향력을 더욱
증폭시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업인이 정치에 참여할 경우
현대그룹처럼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정치와 연계돼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게된다. 따라서 주가형성의 주요요인인 기업실적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를 낳고 그 주식은 투자자들의 눈에서 멀어져 약세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논리다.

대선의 종료와 함께 정치주가현상은 서서히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다.
김영삼후보의 당선이후 강세가 당초 기대에 훨씬 못미친 것이 정치권
동향의 주가영향력이 퇴색함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주식시장이 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또 투자자들도 증시자체의 논리대로 움직여 정치적인 일 때문에
주가가 폭락해 손실을 보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정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