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2월하순 92년도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할 당시만해도 올해
물가전망은 어두웠다. 늘 하는대로 안정에 힘쓰겠다고 했지만 정부가
운용계획에서 제시한 소비자물가 억제목표는 "9%이내"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으며 그나마 국민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90년이후 2년 연속
9%이상씩 오른데가 국회의원총선을 비롯해서 당시에는 도합 4차례의 선거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물가가 기대이상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말까지 4.5% 상승에 그쳤으며 금명간 발표될 9월중 물가동향도
추석연휴와 같은 계절적 요인에 불구하고 별로 오르지 않은 안정세를
보인것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물가당국은 올해 물가가 당초예상을 벗어나 6%대로 낮아지고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년 물가를 "5%이내"로
억제하게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기획원은 "최근 물가동향의 구조적분석"이란 정책자료를 통해서
이렇듯 예상보다 밝은 물가안정에의 기대를 피력했다. 다소 성급하고
희망적 관측이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최근의 경제동향을 보면 그런 기대를
걸어봄직한 징후가 여러 구석에서 보인다. 건설과 내수가 진정되면서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접근했고 수입증가율의 급격한 둔화로
국제수지도 예상보다 개선되는등 거시지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요컨대 거품(bubble)이 서서히나마 진정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물가는 연율로 따져 지금 벌써 5%대에 진입했다. 즉 1년전과 비교해서는
상승률이 6%에 못미친다. 따라서 잘만하면 내년에 5%이내로 억제할수도
있지않을까 보인다. 요는 정부가 얼마만큼 노력하고 계속해서 경계를
늦추지 않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된다.

숱한 불안요인을 우선 경계해야 한다. 대선에다 철도 우편요금 수업료등
공공요금 인상이 벌써 예고되고 있고,버스 택시요금이 또 들먹이고 있는가
하면 민간소비가 많이 진정되었다고는 하나 정부소비는 그렇지 않다.
국제유가는 언제나 불안하면서 중요한 변수이며 최근에는 또 엔고와
유럽환시 불안이 문제되고 있다. 요컨대 물가의 구조적 안정까진 아직
거리가 멀다. 언제 깨질지 모를 불안하고 단기적인 안정세라고 보는게
옳다.

한편 당국은 최근의 "물가안정"이 극심한 불경기탓이라는 지적과 정부가
금년에 물가안정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로 강조해온 산업경쟁력강화에는
어떤 진전이 있었는가에 관해서도 생각해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