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방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우먼파워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3월 서울시 9급 공무원채용시험에서 합격자 8백80명중 63.4%인
5백58명이 여성들로 남성을 압도했다.

이들가운데 대학졸업생이 2백96명,대학재학생이 1백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45%를 차지했다. 고학력 여성진출이 이처럼 비약적으로 늘어나게된 것은
지난해 지방공무원임용령 개정때 남녀구별을 없앤 덕분이다.

그전에는 남녀채용인원을 미리 정해놓았기 때문에 여성은 구조적으로
남성합격자의 약8분1 7분의1을 넘어설수 없게돼 있었다.

여성채용인원이 제한돼있는 가운데서도 고학력(대졸)여성의 합격자수는
꾸준히 늘어왔다. 지난88년 9급 합격자(2천4백70명)중 1백15명이 대졸
여성들로 전체의 4.6%를 차지했으나 89년에 이 비율이 6%(7백31명합격자중
44명)로 높아졌고 90년엔 7%,작년엔 10.5%로 점증해왔다.

이같은 추세속에서 여성합격자수를 제한할수 없도록 관계법이 바뀜에 따라
여성고학력자들의 비약적인 진출이 가능하게 된것이다. 앞으로도 이같은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취업여건에 비추어 서울시 지방공무원은
여성들에겐 분명히 매력적인 직종의 하나일수밖에 없다.

"국내대기업들이 군필자를 우대하거나 인턴사원제를 도입하는등 여러가지
교묘한 차단장치를 마련,대졸여성채용을 기피하고 있어 시험성적이 합격을
좌우하는 공무원 시험에 여대생들이 몰릴수밖에 없습니다"
경희대 대학원(서양사전공)을 졸업하고 작년에 시7급시험에
합격,중구청문화공보실에서 주사보로 일하고있는 오미성씨(28)는
채용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채용이후 배치,근무평점등에서도 남녀차별을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공무원사회가 업계보다
남녀평등만큼은 오히려 잘지켜지고 있어 실력있는 여대생들의 인기를
끌고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시에서 3년째 일하고있는 김현순씨(27)는
"대기업에 비해 급여는 적지만 공무원은 자신의 비리만 없으면
개인회사처럼 사용자의 의사에 얽매일 필요가 거의 없는데다 비교적
출퇴근시간도 잘 지켜지는등 여성일터로는 대기업보다 훨씬 낫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김광시 서울시인사과장은 "말단 공무원에 대한 남성고학력자들의 인식이
낮은 반면 여대생사이엔 안정된 평생직장으로 이만한곳이 없다는 인식이
급속하게 퍼져가면서 취업시즌이면 문의전화가 줄을 잇는다"고 말했다. 또
지방근무를 기피하는 대졸여성들이 서울시 지방공무원시험에 재수 삼수
하면서도 응시하고있다고 덧붙였다.

D대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박양순씨(19)는 "최근들어 대학 1,2학년때부터
서울시 지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위해 학원에 나가는 학생들이
늘고있다"면서 "애초엔 행정고시를 준비하다가 졸업때까지 안되면
7,9급으로 목표를 낮추는 여학생들도 많다"고 전했다.

올상반기 시 지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1백명의 재학중인 여대생들이
대부분 이런 케이스라는 것이다.

시 7,9급시험은 필기와 면접으로 나눠 치러진다.

7급필기시험은 국어(한문포함)영어 국사 국민윤리 헌법 행정법 행정학
전산학개론이 필수이고 경제원론 통계학 회계학 재정학 지방행정 독어 불어
일어중 1과목을 선택해야한다.

9급은 국어(한문포함)영어 국사 수학 사회 국민윤리 전자계산 일반등
필수과목만을 치른다. 모든 시험은 객관식이며 한과목이라도 40점이하이면
탈락된다.

7급은 행정고시1차시험보다 높은 수준이고 9급은 고졸학력이상을 전제로
출제된다. 면접은 기업공채처럼 중요하지않지만 주로 국가관 용모등을
중점 테스트한다. 시9급여성공무원의 월초봉은 본봉 22만2천5백원.
여기에 직무수당 30%(6만6천7백50원),급식비12만원,여비 4만5천원을
포함,모두 45만4천2백50원이다. 연 보너스는 본봉의 6백%(초기5년간은
4백%). 7급 초봉은 월58만여원이다. 서울시공무원은 7급으로 시작해도
사무관(5급.본청계장)까지 올라가는데 10년이상 소요된다. 평생직장으로
보장받을수있는대신 성취동기가 약한것이 흠이다.

<이동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