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국교정상화가 임박했다. 한국과 중국과의
국교정상화문제는 한반도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그리고 북한의 대미.일관계와도 불가분의 연관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파장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적
우방이었던 중화민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것이며,그리고 북한과
중화민국,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등이 금후 어떤 방향으로 변전될것인지
여부등 우리는 참으로 중요한 전환기적 상황에 당도해 있다.

이상옥 외무장관은 이러한 중차대한 일의 시발점이 되는
한.중수교의정서에 정식 서명하기위해 오는 23일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
한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이미 무역협정과 투자보장협정등을 체결한
상태여서 사람의 왕래나 경제협력분야에서의 상호간 장애요인은 기본적으로
제거된 상태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중 교정상화를 조속히

실현하려는 의도는 양국간 정식수교가 한반도의 주변정세 변화와 관련하여
우리 한민족의 통일문제에 미칠 연쇄반응의 기대효과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북한이 한.중수교에 어떻게
대응해올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북한은 만일 중국이 일.북한 수교이전에
한.중국교정상화가 이뤄지면 대단히 중대한 국면에 이르게 될것이라는 것을
강조해 온바 있다. 우리는 이러한 북한의 주장이 한낱 제스처니에 불과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부담을 갖게 된다. 중국은 이미 지난4월
김일성80회생일에 북한을 방문했던 양상곤국가주석을 통해 중국측 입장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의 한.중수교문제는 중국이
사전에 북한측에 통보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난

44년동안 북한과 중국의 "혈맹"관계와 지금의 급박한 주변상황으로 보아
북한의 중국에 대한 반발은 어느 한계를 넘어설수없는 처지에 있음을
부인할수는 없으나 그 여파가 지금 남북한간에 진행되고 있는 화해와
협력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결국 중국은 북한의

대미.일 국교정상화를 촉진시켜주는 후견인으로서의 역할에 더욱 큰 부담을
않게된 셈이다.

한편 한.중수교와 관련하여 우리가 마음아프게 생각하는 대목은
중.북한관계 못지않게 우리와 돈독한 우의를 간직했던 중화민국이 북한과
상당히 깊숙한 관계로 변화되어가는 징후가 농후하다는 점이다. 시대의

조류에 따라 어쩔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나 지난 30년대 이후
중화민국정부가 우리 민족의 해방에 공헌한 역사적 사실은 그누구도
부인할수 없다. 탈냉전시대를 맞은 오늘의 세계는 이제 적과동지의 관계가
완전히 회석되고 민족과 국가의 이익만이 우선하는 시대를 맞고 만것이다.

또하나 지적하고 싶은것은 우리와 대만과의 교역관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시켜가면서 중국과의 경제협력관계로도발전시켜가는 균형감각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아직 우리는 대만과 연간 30억달러 이상의 교역규모를
갖고 있다. 이러한 대만과의 경제교류가 한.중국교정상화를 계기로 급격히
줄어드는 걸과가 초래된다면 대단히 불행한 사태라 하지 않을수 없다.

정부는 좀더 거시적 안목에서 내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것이다. 지금
동남아에서는 중국만이 아닌 중화민족을 중심으로한 중화경제권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동남아 일대에는 약5,000만명의 화교가 산재해 있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중화경제권을 형성해가는 중심세력이 되고 있다. 중화민족의
이재를 위한 탈이데올로기적 성향은 우리의 반도기질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70년대말 1국2체제론을 주장한

장본인은 바로 등소평이다. 중국은 하나지만 대만이 있기때문에 두 체제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말속에는 이미 중국이 한반도에 두 체재가 실재함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다만 구소련과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북한에 대한 지원책을 신축성 있게 이끌어 왔을따름이다.

이런 시각에서 볼때 한국과 중국이 정식수교한후의 과제는 명백해진다.

정부가 지금 펼치고 있는 북방외교의 최종 목표는 평양이다. 이제 우리는
모스크바와 북경을 거쳐 북한과 한민족의 통일문제를 의논해가고 있다.
오는9월15일부터는 평양에서 제8차고위급회담을 개최케 되어 있다.
핵문제와 이산가족문제로 냉각국면을 맞이했었으나 최근 교류협력과 정치

군사분야에서의 쌍방 실무접촉에서 많은 진전이 있기도 했다.
남북기본합의서 실천을 위한 부속합의서 협의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우리는 새해를 남북통일의 또 하나의 새로운 장을 여는 해로 기대할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는 오는 24일로 예정되고 있는 한.중수교의정서 교환이 민족통일에의
전환점이 되는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다만 역사의 흐름속에서 전환기적 상황에서는 발전과 위험의 가능성이
동시적으로 진행된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민족통일문제는
6공에서 끝나는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