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25시"의 작가 비르질 게오르규는 알려진 친한파이다. 그는
방한때마다 한국예찬으로 입에 침이 마를 지경이었다. 서구의 기술사회가
몰락 위기에 처한 대신 동양의 빛,특히 이름없는 한국 농부의 소박한
얼굴에서 인류 구원의 희망이 엿보인다는 것이었다. "룩 이스트" (동양을
보라!)는 비단 경제분야만의 구호가 아니었다.

세계질서가 요동치는 판에 이미 드러난 지식의 영역보다는 동양적
정사상의 지혜만이 인류에게 꿈을 심어준다는 얘기는 전혀 틀린 말은
아닌성 싶다. 흔히 우리는 공맹사상이나 노장철학이라 하면 케케묵은
것으로 치부하곤 했었다.

같은 인용구라도 동양쪽보다는 서양인의 것을 애용해온것 부터가 알게
모르게 몸에 밴 정신적 사대주의의 찌꺼기는 아니었을까. 어쩌면 어설픈
지식들이 진짜 우리의 소중한 정신과 생활마저 깔보게 한건 아니었는지
반성해볼만하다. 공자는 "도지이덕 제지이례" (덕으로 이끌고 예로
다스린다)의 가르침으로 위민정치의 근본을 삼았다.

노자는 만물은 유에서 생겼고 유는 무에서 생겼다는 주장을 폈으며 우주의
본체는 무 또는 도라고 갈파했다. 오늘날 잦은 무소유의 강론도 가닥은
여기에서 추렸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도덕과 염치는 씨가 마르고,의와
인이 주변에서 사라진지 오래인 현대인의 메마른 삶속에서 다시금
동양회귀의 새바람이 일고있어 가슴이 후련하다.

요즘 대학가에는 다양한 자기중심 찾기의 운동이 활발해서
탈이데올로기시대의 출구가 보이는듯 싶다. 역술 전통무예 선 요가등에
쏠린 관심이 높을뿐 아니라 사주팔자를 보는 이색카페마저 차려진
모양이다. D대 축제때는 본관앞에서 "백두산남신과 한라산여신의
통일혼례식"이 베풀어졌는가 하면 S대의"명상 요가회"를 비롯해서 자그마치
80개가 넘는 대학에 1천여명의 요가회원들이 퍼져있는 실정이다.
단전호흡과 선 기공체조등도 인기가 있고,심지어 정조때 만들어진
"무예도보통지"를 교본삼은 무예반도 붐빈다는 얘기다.

사실 그동안 마음과 몸이 거의 서양바람쪽에 쏠려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었는데 이제 다시금 동양정신의 바탕을 찾아 큰 회전축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퍽 반갑고 대견스런 일로 여겨진다. 현대의 온갖 비인간적인
어프로치에 식상한 젊은이들이 전체의 조화와 균형을 중요시한 동양정신의
재입문을 서두르는건 당연하고도 때늦은 감이 있다. 모든 진리는 밖에
있는게 아니다.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