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은 올해에 봉급 인상폭이 지난 몇년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
드는 불이익을 당하는 대신 회사로부터 자녀 학자금이나 주택구입자금을
지원 받는 식으로 이를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일부 그룹사에서 노조와 올해 임금협상에 들어가면서
협상카드로 자녀 장학금지원,휴가일수 조정,점심식사 제공, 주택조합 운영등
각종 복리후생대책을 제시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대기업들이 경영자총협회 등의 단체를 중심으로 올해 임금인상폭을
5% 미만에서 억제키로 자율결의하고 정부도 대기업에 임금인상 억제를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임금인상폭을 크게 잡지 못하는 대신 복리후생대책을
통해 노조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회사는, 임금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해 불이익
조치까지 취하겠다고 하는 정부의 임금인상 억제방침이 이같은 복리후생
대책의 증진에 까지 적용되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고 지적, 이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방침표명을 요청하고도 있다.
또 시내버스업계에서 20%에 가까운 임금인상이 이뤄져 정부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노조의 요구가 5% 선과는
큰 격차로 제시 됨으로써 협상에 애먹을 것으로 우려하는 기업도 많다.
한진그룹의 경우, 임원보수를 동결하고 상위직 관리자는 소폭인상에
그치면서 하위직 직원의 인상폭을 되도록 높게 잡아 전체적으로 봉급인상
폭을 5% 이내로 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이 그룹은 대신 복리후생대책으로, 국내외의 사원아파트를 늘리고 직원
식당에서 제공하는 점심식사의 질을 높여 전직원에게 무료로 서비스하며
현재 고교생 이상에 한해 지원하는 직원자녀 등록금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등을 마련 중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4월초부터 계열사별로 임금교섭에 들어가 타결내용을
3월분부터 소급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우그룹은 3월말-5월초에 계열사 별로 노사협상에 들어가기로 일정을
잡고있으며 역시 임금인상폭은 5% 안쪽으로 잡고 주택, 학자금 부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경영상태가 좋아질 때는 성과급을 도입하는
방안도 대안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현대그룹 계열사들은 임금협상 시기가 3-7월로 잡혀져있으며 3월에
협상을 시작할 일부사들도 노조의 집행부가 아직 구성되지 않았거나
국회의원 선거와 겹치는 등으로 협상이 늦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이 그룹의 관계자는 노조 제시안이 2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럭키금성, 금호그룹등도 3월말-4월초에 대부분 노사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며 계열사 별로 동업종 경쟁사등의 협상경과를 지켜보며 복리후생
대책을 세워 임금협상을 진행시킨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포항제철은 대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지난달 19일 일찌감치 임금
협상을 마쳐 총액기준으로 3% 인상 선에서 타결짓고 2월분부터 적용키로
했다.
이 회사는 임금인상폭을 이같이 작게 잡은 대신 오는 7월 사원용 임대
아파트를 지어 입사한지 2년반이 지나 독신자숙소에서 나가야 하는 직원
들을 위해 제공하고 주택자금 지원대상을 종전의 입사 3년 이상에서 2년반
이상으로 확대하는등 급여 이외 부분의 지원대책을 세웠다.
대부분의 계열사에 노조가 없는 삼성그룹은 3월중순부터 노사협의를
시작, 4월말에 임금인상률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그룹은 정부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되 복지대책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