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의류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서 벗어나 기존 전문업체중심구조로
정돈돼가고 있다.
지난 89년의 내수호황바람을 타고 수출부진을 타개하기위해 대거
내수시장에 진출했던 수출주력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냉각과
경쟁에서의 열세를 버티지 못하고 점차 도태되고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기존업체및 대기업들이 올해를 시장재편의 호기로
보고 적극적인 매출확대및 물량공세에 나서고있다.
에스에스패션(삼성물산)이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4천8백억원을 올해
매출목표로 잡고있는 것을 비롯 논노 반도패션 이랜드 제일모직 코오롱
상사등 대형어업체들이 모두 20%이상의 매출성장을 겨냥,판촉강화및 영업망
확충을 추진하고있다.
이밖에 나산실업 대현 동일레나운 서광 유림 캠브리지멤버스등 중견전문
업체들도 지난해의 상대적 호조를 바탕으로 올해 20-30%선의 매출성장을
목표하고있다.
반면 신규참여업체들은 더욱 고전을 면치 못하고있다. 탄탄한 자금
기획력을 갖고 유통시장에 뿌리를 내린 일부업체를 제외하고는 심한
판매부진에 시달려 올 하반기출하용 상품생산을 위한 발주에 착수하지도
못하는등 뚜렷한 쇠퇴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미우 기온물산등이 도산한데 이어 봄상품판매가 거의
끝나는 4월이후에는 도산하는 중소기업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있다. 도산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한때 신규참여러시를 이뤘던 많은
기업들이 후속상품출하를 포기,내수시장에서 철수할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올해는 내수의류시장에서 살아남는 업체와 도태되는 기업의
명암이 어느때보다 뚜렷해질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현상은 이미 예견됐다. "내수시장을 모르던"수출기업들이 막연히
내수호황과 높아진 생산비의 가격전가이점만을 보고 이 시장에 몰려들었
으나 내수시장의 높은 벽을 넘기가 간단치 않았던 것이다.
내수시장이 달아올랐던 89,90년중 새로 의류시장에 진출한 업체는
중견기업만 따져 20-30개에 이른다. 신성통상 세계물산 협진양행 삼풍
신원 영우통상 유화 군자어패럴 광덕물산 미도어패럴등이 대부분 이때
내수의류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들중 안정된 내수기반을 구축한곳은 신원 신성통상등 몇군데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협진양행의 경우 유통망구축과 상품기획의 실패로 현재 상업은행의
자금관리를 받고있다. 그나마 2-3개브랜드를 개발,1백억원대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30억 40억원수준의
매출에 그치고있다. 이들은 대부분 새상품기획을 포기,재고정리를 준비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에스패션의 판촉담당자는 "의류영업에 관한한 내수와 수출은 전혀
다른 생산 판매체계를 갖고있다"고 지적한다.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품질과 생산성이지만 내수시장의 성공요건은
유통망,판촉전략,유행을 선도하는 상품기획,재고부담을 극복할수있는
자금력이라는 것이다.
신규진출업체가운데 가장 성공하고있는 것으로 평가되고있는 신원의
케이스가 그것을 설명해주고있다.
신원은 숙녀복시장에 진출하면서 패션의 중심지인 서울 명동에 무려
7백평규모의 대형매장을 확보한데 이어 부산 인천등지에 2백-3백평규모의
직매장을 잇따라 개설했다.
판촉전략도 파격적이었던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있다. 톱모델을 동원,
프라임시간대에 쉴새없이 광고를 내보냈다. 의류소비에 있어 광고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업계에서는 의류구매의 30-40%는 광고에 의해
이뤄지는것으로 분석하고있다.
상품기획도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20대를 겨냥한 숙녀복브랜드인
"베스티벨리"와 "씨"를 개발하면서 상품을 선보이기 1년전에 이미 업계
에서 손꼽는 전문인력 30여명을 스카우트했다. 이런 전략에 힘입어 신원은
지난해 5백억원의 판매실적을 거두고 내수업체로의 탈바꿈에 성공하고있다.
올해 내수판매 목표는 업계10위권인 7백억원으로 잡고있다.
업계에서는 신원의 경우는 거의 예외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기존상권의
쓸만한 직매장 대리점자리를 거의 기존업체가 선점하고있어 새로 진출한
업체의 유통망확보가 무엇보다 어렵다. 또 신규업체는 위험부담이 높아
대리점이 잘 모아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상품기획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돼있지 않은 약점도 있다. 바이어가
요구하는대로 만들어주기만하면 되는 수출상품과는 달리 내수시장에서는
상품출하 1년전에 디자인 스타일 색상 소재를 결정,6개월전 생산에
들어가야한다.
여기에 필요한 정보 기획력을 신규업체가 갖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신원의 유은상상무는 말한다.
결국 확실한 영업망과 뚜렷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지못한 중소기업의
실패는 예정됐던 셈이다. 출하량의 절반,그것도 가격인하를 하지않은
정상가판매율이 20-30%선에 그치고 있는 심한 내수불황속에서 쌓이는
재고를 감당할만한 자금력을 갖지 못한 중소기업으로서는 도태될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이미 물량공세에 나서고있는 대기업및 기존의 전문업체에 의한
의류시장의 재편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봄옷판매가 사실상 끝나고
올해 가을 겨울옷 생산을 위한 하청발주가 시작되는 4월부터는 내수의류
업체의 연쇄도산을 의미하는 "봄위기설"이 가시화될것으로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