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PER(주가수익비율)가 낮은 종목에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있다.
이같은 현상은 엥도수에즈 룩셈부르크은행을 시발로 외국기관투자가들이
국내상장주식을 사들이면서부터 두드러지고있다. 주식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기업내재가치를 평가하는 잣대가 그만큼 다양해질것임을
예고하고있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주식시장개방초기에 외국투자가들의 매매패턴에 자극받아
"PER혁명"이라고 불릴만큼 PER가 낮은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는 주가재편이
이루어진 전례가있어 PER에대한 신뢰도가 높은듯하다.
주가도 패션과 마찬가지로 유행을 탄다. 이때문에 주식투자자에게는
저PER종목에대한 인기도가 언제 어느수준까지 지속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있다.
PER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다시말해 기업이 벌어들이는
1원의 이익에대해 투자자가 지불한 대가가 얼마인가를 나타내주는 지표가
된다.
따라서 PER가 낮을수록 배당등에서 초과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을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게 마련이다. 기업내재가치를 중시하는
외국투자가들이 PER를 중요한 투자지표로 삼고있는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PER의 잣대를 국내증시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지적이다.
첫째 PER가 중요한 투자지표로 활용되고있는 구미지역과 한국은
경제체질부터가 크게 다르다.
경제성장률은 물론 개별기업의 성장속도면에서 큰차이를 나타내고있다.
이때문에 한국증시에서는 수익성보다 PER가 다소 높더라도 성장성이 높은
업종과 기업에 후한 점수가 매겨진다.
둘째 저PER종목의 기업체질이 이른바 간판기업들과 다르다.
PER가 낮은 기업의 대부분이 독과점업체,안정성장세를 누리고있는
내수업체로 경영스타일이 보수적이고 대주주의 지분분산도 적은 편이다.
이것이 거래를 부진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있다.
12일현재 PER가 낮은 60개종목가운데 비전산종목이 39개나 되는점은 이를
반증해주고있다.
이때문에 우리증시에서는 거래가 부진한 비인기종목이어서 주가가 낮게
형성되고 이로인해 PER가 낮았다는 역설도 성립됨직하다.
PER의 산출방법상의 문제점도 많다. 선진국과 회계방법부터 큰차이가
난다. 일본의 경우 자산재평가가 허용되지 않지만 한국은
자산재평가차익이 경영실적에 지속적으로 반영되고있다. 분식결산은 물론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는 점도 PER의 의미를 상당폭 희석시키고 있다.
보유부동산의 매각등 특별이익이 PER를 큰폭으로 떨어뜨리는 사례도 많다.
무엇보다도 우리증시의 투자패턴자체가 PER를 투자지표로 삼는데 어려움이
클것으로 지적되고있다. 미국투자가들이 PER를 이용한 투자에 나설경우
최소한 매수후 1년을 보유한뒤 계속 보유하거나 매도하는 장기투자전략을
구사하고있다.
이덕화 동서경제연구소부장은 이때문에 PER를 이용한 투자기법이
국내증시에서 자리잡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최근 저PER종목의
강세현상은 PER가 낮기때문이 아니라 낙폭이 지나치게 큰데따른
기술적반등이라고 주장하고있다. 실제로 상한가행진을 벌이고있는
종목들의 대부분이 10월중 연중최저치를 기록한 종목들이다.
이부장은 "PER를 이용한투자기법을 구사할 경우 외국투자가들처럼
장기투자로 승부를 걸 자세부터 갖추어야 할것"이라고 충고하고있다.
엄길청제일증권부장은 증시가 재료공백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경제기조도
안정성장쪽으로 바뀌고있어 PER를 이용한 기업내재가치평가작업이 이루어질
여건이 조성되고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또다른 주도주가 나타날경우 비인기 저PER종목의 거래가 급격히
위축돼 환금성을 잃게될것을 우려하고있다.
PER를 이용한 투자전략에 맹점이 많은것은 사실이지만 저PER종목에 대한
관심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남상명산업증권상무는 "올하반기이후 우리증시는 증시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칠만큼 크게 반영되고있다"며 외국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투자지표에 대한 관심도 상당기간 지속될것으로 예상했다.
남상무는 그러나 지난85 86년에도 PER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으나
국내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못미쳤던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PER의
위력이 반감될것으로 전망했다.
증시개방시대를 맞아 PER등을 이용한 기초분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않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내용을 누구보다 잘알고있는 우리가 투자규모면에서
열세에 놓인 외국기관투자가의 투자패턴을 맹신하는 자세는 개방시대에
더욱 어울리지 않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