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양에서만 본다면 한국의 통화관리는 문자그대로
통화주의(monetarism)의 교시를 곧이 곧대로 충직하게 따르고 있다.
통화공급을 장기적 기준에서 예고된 일정한 율로 증가시키는것,이것이
통화주의가 금융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처방의 전부이다. 간단하기
이를데 없지만 매우 강력하기도 하다.
다른 분야에서도 한국사람들은 교조주의에 집착하는 버릇이 있는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내용보다 형식에만 치중하는 것이 예사로 되어왔다.
통화공급 목표를 정하여 놓고는 이것을 지키는 것을 형식적으로 고수하려고
애쓰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허탈감도 들지만 동정심도 간다. 한쪽에서는
그야말로 방만하게 통화공급을 불려나가면서도 한쪽에서는 여기저기 손댈곳
못댈곳을 다 찾아내어 통화채를 인수시킨다.
그러나 만일 통화관리목표의 이러한 경직성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점도 생각해보지 않을수 없다. 허예라도 없는것 보다는 있는것이
낫다는 논리다. 그런데 다음달로 예정된 금리자유화 시행을 앞두고
재무부와 한은에서는 통화관리방식을 변경하겠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고
한다.
첫째 관리지표가 되어야할 통화의 정의를 무엇으로 잡아야 할것인지가
문제인 모양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총통화(M2)는 관치지표로는
통화의 개념이 광의화되어야 한다는 작금의 세계적 인식에 비해 미흡하다.
당연히 제2금융권의 예수금등을 모두 포함하는 M3개념으로 바뀌어야
할것이다. 그러나 정책지표는 오히려 범위를 훨씬 좁혀서 중앙은행의
준정책변수인 본원통화에 국한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는것이
금융자유화시대에 걸맞는 조정이라고 본다.
둘째 통화량지표에 아울러 금리지표를 정책목표의 하나로 채택하는것은
옳으나 금리지표를 빌미로 삼아 통화공급을 방만하게 늘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것이다. 금융자유화에 따라 금융시장의 조절기능이 개선되어 금리가
시장의 힘에 따라 움직이게 되도록 유도하는것이 당분간 금리에 관한
중앙은행의 정책목표가 되어야 할것이다. 금리자유화 자체를
통화관리방식변경의 핑게로 삼는것은 부당하며 의심쩍다는 생각이 든다.
셋째는 통화목표관리의 기간인데 M3 관리의 목표는 비교적 장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평잔개념이 가할것이나 정책변수인 본원통화는 보다 단기인
매월의 월중평잔목표를 지키는것이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