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공직자들에게 배달되는 선물을 강력히 단속하자
고객들이 백화점 등에 주문, 배달을 요청한 선물이 무더기로 반려되거나
배달 취소를 요청하는 소동이 빚어지고 있다.
20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세청 조사반원들이 시내
유명백화점에서 추석 선물로 5백만원어치 이상을 주문한 업체와 배달처
등을 파악해 가는 등 공직사회에 "사정 찬바람"이 불자 추석선물을
배달받은 공무원들이 이를 반환하는 사례가 백화점마다 잇따르고 있다.
또 선물배달을 의뢰했던 업체나 개인 등 주문고객들도 배달된 선물을
아예 받기를 거부하는 공무원 가정이 늘어나자 부랴부랴 배달을
중지하도록 주문 백화점에 요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 백화점 유통부 관계자는 "매년 정부차원의
사정 바람과 함께 물건을 돌려주거나 아예 받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지만 올해처럼 심하지는 않았다"면서 " 추석선물을 받기를 거부해
배달되지 못하고 되돌아 오는 것만도 하루에 20여건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은 L. M. G 백화점 등 서울시내 다른 12개 유명백화점도
마찬가지여서 백화점 관계자들은 주문이 취소되거나 배달을 나갔다가
당사자가 선물을 받기를 거부해 반환되는 건수가 하루 4백여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올해에는 예년과 달리 공무원들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체 간부들도
과소비 추방운동등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선물 받기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물반품 파동은 국세청, 국무총리실, 내무부 등의 특별암행
감찰반원들이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선물배달을 요청한 명부를 입수,이를
토대로 배달대상 공무원 가정에 전화를 걸어 백화점 직원행세를 하면서
상품을 제대로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함정단속을 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한층 심화되고 있다.
이바람에 평소 알고 지내던 공무원 친지나 친척등에게 3만 - 4만원대의
''마음의 선물''을 보냈던 일반 시민들이 혹시 선물을 받은 공무원에게 누를
끼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마음을 조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는 같은 고향 선배인 정부 고위 공직자에게
5만원상당의 선물을 배달해 주도록 H백화점에 의뢰한 김모씨(45.사업)는
"뜻하지 않게 평소 존경하는 선배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다행히 아직 선물이 배달되지 않아 주문을 취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많은 시민들은 " 뇌물성 고액선물이 오가는 것을 단속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명절때면 작은 선물을 정의 표시로 주고 받아온
우리민족 고유의 미풍양속까지 해쳐가며 마구잡이로 함정단속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으면서 "내실있는 공직비리 단속을 위해서는
명절때 몇 푼 안되는 선물까지 주고 받지 못하도록 단속하는것 보다 평소
뇌물성 금품수수에 익숙해져 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공직자에 대한
끈질기고도 체계적인 사정활동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