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및 소련, 중국, 일본 등을 망라한 동북아지역에서의 경제협력
가능성을 전망하기 위한 국제세미나가 3일 상오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및 미아시아협회 공동주최로
개막됐다.
이번 세미나 첫날 회의에서 로버트 스칼라피노 미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 동북아지역은 지역협력체 구성에 앞서 민간부문의
경제적인 접촉이 이전에 비해 크게 활성화되는 `초보적인 지역주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향후 동북아지역에서는 장기적으로
지역협력체의 구성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동북아 경제협의체의
태동가능성을 예견했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이에따라 현시점에서 동북아지역 국가들은
과감하고도 혁신적인 생각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가지 추세는 향후 지역적 협력강화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미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박사도 주제발표를 통해
"동북아지역에서의 경제협력은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의 장래와
미.일경제관계 및 북미자유무역지대(FTA) 형성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나
최근의 추세에 비추어 이 지역국가간의 상호 경제의존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경제통합이 심화되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북한 및 중.소 등을 중심으로 두만강유역
경제개발계획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EC 통합과 미.캐나다.멕시코간의
북미자유무역지대(FTA) 형성움직임등 일련의 지역주의 조짐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열려 `동북아 경제협력 다음은 이번 세미나의 첫날 주제발표
요지를 간추린 것이다.
* *
"동북아지역의 정치.경제변화: 경제협력체 구성에 관한 전망"(로버트
스칼 라피노 미캘리포니아대 교수)= 동북아시아는 기본적으로 한국, 북한,
일본, 몽고, 중국, 대만, 홍콩 및 소련의 시베리아 지역 등 8개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현재 `초보적인 지역주의''(SOFT
REGIONALISM)의 조짐이 이미 대두하고 있다.
초보적인 지역주의라 함은 지역협력체 구성을 위한 정식기구가 설립된
것은 아니고 민간부문의 경제적인 접촉이 이전에 비해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데서 붙여진 것이다.
몽고는 일본 등으로 부터 경제원조를 기대하고 있으며 미국으로 부터는
민주제도의 습득을 원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제2단계 경제개혁기에
돌입하여 일본, 한국 및 대만과도 관계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북한 또한
일본과의 관계정상화 회담을 시작했다.
북한은 현재 일본으로 부터 배상문제를 우선 매듭짓고 이를 계기로
시련에 빠져있는 경제회생을 위한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소련은
모스크바를 통하든 러시아공화국을 통하든 간에 아시아국가들이
시베리아개발에 참여해주기를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이러한 초보적인 지역주의는 좀더 강한 구체적인
지역공동체(혹은 협력기구)로의 발전이 가능할 것인가.
경제적인 측면으로 보면 중국을 둘러싸고 광동-홍콩-대만, 복건-대만,
한국-산동, 그리고 연해주-한국-일본 등의 경제관계 강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이미 초보적인 지역주의 형성단계에
도달해있다고 보아도 별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 이르러서는 세계경제가 단일한 경제질서하에서 일률적으로
움직인다고 보기 어렵다. 즉, 한 국가는 경제적인 사안에 따라 양국간,
지역간, 그리고 세계적인 이해를 고려하여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단계에 있다.
정치적으로 이 지역은 레닌주의를 추종하는 사회주의체제, 전제적
복합체제, 그리고 의회민주주의 등 각기 다른 체제가 혼재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환경에 비추어 보아 정통적인 사회주의체제의 고수는
장기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종국에 가서는 점진적으로 전제적
복합체제로의 이행이 불가피할 것이다.
전략적 측면에 있어서는 동북아지역을 둘러싼 강대국들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외치보다는 내치에 더 신경쓰게 되어있다. 소련은 이미 익히
아는바와 같이 체제 전환의 혼미를 거듭하고 있어 대외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그리 용이하지는 않다. 중국 또한 외국에서 또다른 열강과 다툴
입장에 있지않다. 미국은 걸프전쟁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경제
및 사회문제로 골치를 썩히고 있다. 따라서 걸프전쟁 승리이후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가로 등장하리란 일부의 지적은 옳지않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비교적 내치문제가 심각하지는 않은데 만약
국가이익을 위해 군사대국으로 성장하는 길을 택할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인근 및 관련국가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보아 향후 국제정세에서는 국가간의 주종관계 보다는 동반자관계의
협력관계 우위논리가 더 우세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상으로 볼때 동북아지역도 장기적으로 지역협력체의 구성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북한관계 및 중국-대만문제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문제점이 전혀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현시점에서는 동북아지역 국가는 과감하고도
혁신적인 생각이 필요할 때로 판단된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사상과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동북아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가지
추세는 이 지역에서의 협력관계 강화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 "90년대 동북아 경제전망과 발전잠재력"(마커스 놀랜드
미국제경제연구소박사)= 동북아는 소련, 중국 등 세계최대의 사회주의
경제와 일본을 비롯한 한국, 대만 등 세계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자본주의
경제가 공존하는 지역으로서 최근의 소련 및 중국에서의 경제개혁.개방은
장차 이 지역의 빠른 성장과 발전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90년대에는 특히 이 지역 국가간의 무역, 투자가 국가간의 비교우위와
무역특화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증대될 것이다. 2000년까지 미국은
컴퓨터기기, 석탄, 농산품, 기초화학, 합성수지 등에서, 일본은 자동차,
컴퓨터기기, TV, 통신장비 및 기계류 등에서, 한국은 자동차, 라디오, TV,
통신장비, 기계, 철강 및 조선분야 등에서 수출특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한편 소련의 수출은 2000년까지 1천4백30억달러 수준 으로 증대되어 세계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90년대 동북아지역에서의 이같은 발전과 사회주의 경제의
자본주의로의 통합은 그 성패가 현시점에서 볼때 매우 불확실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UR협상 결과, 미.일무역관계의 발전, 여타 지역협력체의
발전추이 등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UR협상이 성공하는 경우 현재 개혁과정에 있는 사회주의
국가들도 이같은 다자간 무역체제에 바탕을 둔 세계무역의 증대효과에
힘입어 쉽게 그들의 경제체제를 변화시킬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패로 끝나는 경우 보호주의로 인해 개혁속도는 늦춰질 것이다.
둘째, 미.일 경제관계가 앞으로 원만히 진행될 경우 이는
동북아국가들의 성장과 무역증대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나 만약
악화되는 경우 이는 `일본문제''가 아니라 `아시아의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북미자유무역지대(FTA) 형성으로 인해 원산지규정의 정의여하에
따라 미국-캐나다-멕시코간의 경제통합은 종래의 미국의 대아시아 무역이
미-멕시코로 이어지는 심각한 무역전환효과를 가져올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동북아 경제협력에 미칠 중요한 변수는 아.태각료회의 및
동아시아 경제그룹(EAEG) 등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역협력체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달려있다. 아.태경제협력(APEC)은 앞으로
지역국가간의 상이한 정치구조, 무역제도, 경제발전 정도 등으로 인해 EC와
같은 경제통합을 추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며 주로 다자간
무역증진이나 미.일간의 공통관심사에 대한 토론 등을 담당하는 협의체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동북아지역은 향후 상호경제의존 관계가 깊어짐에 다라 장차
어떤 형태로든 국가간 이니셔티브를 통한 방법으로 경제통합을 심화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