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의 전후처리가 지연되면서 중동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라크가 지난 3일 안보리가 제시한 조건들을 모두 수락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유엔이 걸프전 종결을 공식 선언했지만 정작 사태는 의외의
방향으로 빗나가고 있다.
쿠르드족에 대한 무차별 학살이 자행되고 있으며 이라크와 이란간의
새로운 충돌도 예고되고 있다.
후세인이 패전을 정치적으로 수습하는 동기로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아랍내 여론 때문에 후세인에게 마지막 일격을 보류한채
"국내문제"를 내세우며 후세인이 이라크내에서 제거되기를 바라고
있다.
여기에는 또 미국과 이스라엘이 기왕에 국제적으로 약속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미국이
걸프전후 아랍세계에서 영향력의 극대화를 모색하는 등의 정치동기가
사태의 조속한 매듭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종전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이라크의 화학무기와 스커드
미사일 핵시설의 제거에서부터 무기금수및 경제제재 철회까지 무려 4개월의
시한을 두고 있어서 오는 4월18일부터 기산되는 앞으로 4개월 동안
이라크와 그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정치공동상황을
빚고 있다.
쿠르드족 학살에 이어 이란 이라크 충돌, 이라크 정치경제의
베이루트화 징조등 걸프전 전후처리과정을 거쳐 세계가
기대하던 중동의 안정과는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EC특별정상회담이 어제 후세인의 하야, 제거를 촉구한 것은 이런
점에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EC는 쿠르드족 난민을 위한 특별안전지대의 설치와
1억8,000만달러의 긴급 지원을 제공할 것에 합의했다.
이들은 또 "후세인이 권자에 남아 있는한 이라크가 문명사회의
일원으로 재합류할 수 없을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공군기가 부근을 선회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헬기가 난민을
공격하고 있다"는 목격자의 말 가운데서 걸프전이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실감된다.
중동을 순방중인 베이커 미국무장관은 어제 이라크/터키국경지대의
쿠르드난민 수용소를 시찰한 후 이스라엘의 텔아이브에 도착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점령지역 철수와 팔레스타인 민족의
생존권 인정이 선행돼야 후세인의 제거가 아랍세계에서도 명분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동의 안정과 재건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