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오고 싶은 한국, 스토리텔링의 힘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
올해 1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영화 촬영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한 국내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 가마쿠라의 철도 건널목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도쿄역에서 열차를 타는 것으로 시작하는 가마쿠라 여행 코스는 마치 종교인의 성지순례처럼 기차여행 마니아 사이에서 필수 코스가 됐다는 것. 이뿐만 아니라 해변열차가 지나는 부산 청사포는 슬램덩크 철도 건널목과 닮아 ‘제2의 가마쿠라’, ‘한국 슬램덩크 성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이 급증했고, 해변열차 이용객도 대폭 늘어났다고 한다.

이처럼 스토리의 힘은 강력하다. 애니메이션 한 편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성지순례 코스까지 만들어 관광객을 유인할 정도니, 지역 관광지를 스토리텔링으로 재해석해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수많은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관광 스토리텔링’의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우리나라는 오천년의 긴 역사만큼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스토리가 많다. 독특한 자연환경이나 역사적 인물 또는 건축물 등에 얽힌 전설이나 설화가 여행의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예를 들어 3대 해수관음성지로 불리는 경남 남해 보리암, 인천 강화 보문사, 강원 양양 낙산사의 홍련암은 바닷가에 있어 경관이 매우 훌륭하다. 또 기도의 효험이 좋아 간절히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방문객에게 매력을 더해준다.

스토리텔링은 예전부터 전해오는 스토리뿐 아니라 새롭게 발굴한 스토리로도 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끄는 K드라마나 K팝 뮤직비디오 촬영지 등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면 파급력은 커지고 콘텐츠의 생명력은 길어진다. 예를 들어 강릉 주문진 해변의 ‘BTS 버스정류장’은 2017년 BTS의 앨범재킷 사진 속에 등장한 바닷가 버스정류장이었다. 2018년 관광객을 위한 포토존으로 재현해 놓았는데 아직까지도 국내외 팬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최근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을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많다. 지방소멸대응 기금의 투자 계획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사업 중 문화·관광이 27%로 가장 비중이 높다. 스토리텔링은 지역이 보유한 고유의 관광 콘텐츠를 부각시켜 더 매력적인 관광 자원이 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마치 젊은 날의 필자가 중학생 때 배웠던 아름다운 노래 ‘로렐라이’ 때문에 그 언덕에 가보기를 꿈꿔왔던 것처럼, 한국의 다양한 관광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 세계 관광객이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