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슬램' 달성한 박인비] 울지 않은 인비 대신 이 여자가 울었다

감독 박세리의 리더십

"경기전 샤워실 유리창 와장창 깨져 좋은 예감"
후배들이 먹고 싶어하는 된장찌개 해주며 엄마 역할
"내가 우승할 때보다 감격"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와장창 유리 칸막이가 떨어져 깨졌어요. 피가 흥건히 괴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펑펑 울어 충혈된 눈을 한 박세리 대표팀 감독(39·하나금융그룹)은 박인비의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뭔가 좋은 예감인 듯해 마음을 졸였는데 이제서야 말할 수 있게 돼 후련하다”는 얘기였다. 그만큼 박세리는 네 명의 후배 중 누군가 메달을 따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박세리는 “선수 때의 영광보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올림픽 금메달을 일군 감동이 더 크다”며 감격했다.

그는 “5~6년 전이었으면 나도 출전을 욕심냈을지 모른다”면서도 “지금의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금메달 기대가 커서 팀 모두에 부담이었는데 인비가 결국 해내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박세리는 후배들이 먹고 싶어하는 된장찌개와 돼지고기 볶음을 만들어주는 등 엄마 노릇을 했다. 스윙 고민을 털어놓는 후배들에게 “부담감을 내려놓으라”고 조언하는 등 선배로서 멘탈 코칭에도 집중했다. 연습라운드 때 육포 등 간식을 챙겨주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박세리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메달과 상관없이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그는 “팀과 함께 어울리면서 즐거웠고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해서도 확신하게 됐다”며 “응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