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클의 해중합 설비 공장. 사진=테라클
플라스틱 재활용은 오랫동안 분리배출과 선별의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실제 재활용 공정에서는 색이 섞였거나 오염된 플라스틱, 여러 소재가 함께 쓰인 의류·포장재가 걸림돌이 된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테라클은 기존 방식으로 재활용하기 어려운 페트(PET) 폐기물을 다시 산업 원료로 바꾸는 기술에 주목한다.
테라클의 사업은 페트를 잘게 부수는 데 그치지 않고 원래 원료 단계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이다. 페트는 음료병뿐 아니라 의류섬유, 필름, 포장재 등에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이다. 폐페트와 폐섬유를 분해하면 테레프탈산(TPA)과 에틸렌글리콜(EG)을 얻을 수 있다. 두 물질은 새 페트를 만드는 기본 원료다. 재활용 원료가 기존 석유화학 원료를 일부 대체하면 폐기물 처리 부담과 원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핵심 기술은 ‘해중합’이다. 긴 사슬처럼 연결된 플라스틱 분자를 다시 작은 원료 단위로 끊어내는 공정이다. 기존 기계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녹여 다시 쓰는 방식이라 색상과 오염도, 품질 저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원료 단위로 되돌리는 방식이어서 저급·유색·복합 폐기물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테라클은 100℃ 이하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해중합 공정을 진행하고, 화학 용매를 쓰지 않는 방식이라 환경적·경제적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산한 재생 원료에는 Cr-TPA, Cr-EG라는 이름을 붙였다. Cr은 ‘화학적으로 재활용한(chemically recycled)’이라는 뜻을 담은 표기다. 재생 원료는 섬유, 포장재, 접착제, 도료, 페인트, 필름, 타이어코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기업이 기존 설비를 크게 바꾸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원료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테라클은 관련 특허를 17건 보유하며, 국제 지속가능성 인증인 ISCC PLUS와 재활용 원료 인증인 RCS도 취득했다고 밝혔다.
사업 모델은 기업이 배출한 폐기물을 다시 해당 기업 제품의 원료로 활용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 즉 폐기물이 다시 같은 제품군의 원료로 돌아가는 ‘폐쇄형 순환’ 구조라고 부른다. 버려진 자원을 같은 산업 안에서 다시 쓰는 만큼 폐기물 감축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다만 실제 확산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폐기물 확보와 대량생산 체계, 가격 경쟁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완공한 해중합 설비는 생산 규모를 키우기 위한 기반이다. 국내외 기업과 협력해 대량 공급 가능성을 검증하고, 향후 폴리우레탄과 나일론 등 다른 소재로 기술 적용 범위도 넓힐 계획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단기간에 없애기 어려운 만큼, 산업 현장에서 이미 쓰이는 소재를 다시 원료로 되돌리는 기술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CEO thinking
“플라스틱 문제를 소비자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산업에서 만들어진 문제인 만큼 산업 안에서 풀어야 합니다. 테라클은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까지 다시 원료로 되돌리는 기술을 통해 클로즈드 루프형 순환경제에 기여하겠습니다.” - 권기백 테라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