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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만에 퇴사하더니 "고소할게요"…꼼짝없이 당한 사장님 [사장님 고충백서]
"며칠간 일해보고 결정하겠다" 던 직원
나흘 일하더니 연락두절 무단퇴사
"근로계약서 작성 안했다" 고소
법원 "근로 시작한 날 계약서 교부 의무 발생"
"무단퇴사 손해배상채권 있어도 임금과 상계 불가"
나흘 일하더니 연락두절 무단퇴사
"근로계약서 작성 안했다" 고소
법원 "근로 시작한 날 계약서 교부 의무 발생"
"무단퇴사 손해배상채권 있어도 임금과 상계 불가"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형사2단독은 최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호텔 대표자 A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며칠 일해보고 정하겠다"더니 4일 만에 퇴사
경기 평택시에서 상시근로자 4명을 두고 호텔을 운영하던 A 대표는 지난해 9월 10일 근로자 B씨를 채용했다. 당시 B씨는 면접에서 "며칠간 업무 파악을 위해 일해본 뒤 계속 근무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제안했고 A씨도 이를 받아들였다.그러나 B씨는 나흘간 근무한 뒤, 원래 계약서를 쓰기로 했던 9월 14일부터 돌연 출근하지 않았다. B씨가 무단결근하다가 퇴사하자, A씨는 갑작스러운 퇴사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정산 및 영수증 작성을 위해 사업장에 방문해 줄 것을 B씨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B씨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되레 나흘 치 임금 33만3333원을 받지 못했다며 A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재판에서 A씨는 "B씨가 며칠간 일을 해보고 결정하겠다고 해서 계약서 작성 예정일(14일)을 정해뒀던 것인데, 당일에 무단결근하는 바람에 서류를 작성하지 못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임금 미지급에 대해서도 "B씨의 무단결근에 따른 손해 정산과 영수증 작성을 위해 오라고 한 것이지, 임금을 안 주려 한 것이 아니므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法 "출근 첫날 즉시 작성 의무"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대해 "수습·시용계약 등 명칭을 불문하고 사용자에게 종속적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이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B씨가 근로를 제공하기 시작한 날 근로계약서를 작성·교부하지 않은 이상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B씨가 설령 며칠 근무해본 다음 계속 근무할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예정된 상태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임금 미지급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엄격한 법리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임금이나 퇴직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해야 하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한 채권이 있더라도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며 "설령 B씨의 무단결근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임금 미지급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퇴사자가 무단결근자가 많은 사업장에서는 흔히 이런일이 많이 벌어진다. 하지만 법적으로 근로자가 실제 첫 출근을 하여 일을 시작한 순간부터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의무가 발생한다.
이번 판결은 기업 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수습·채용 절차상의 허점'에 경종을 울린다. 많은 기업들이 "며칠 일하는 걸 보고 계약서를 쓰자"거나 "수습 기간 동안은 일단 일해보고 결정하자"는 관행이 존재한다. 평판 조회나 서류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근부터 시킨 뒤 근로계약서 작성을 미루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법원은 "확정되지 않은 조건이 있다면 그 조건 자체를 명시해서라도 출근 당일 즉시 계약서를 작성·교부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근로자가 무단 퇴사해 사업장에 아무리 큰 손해를 입혔다 하더라도 사업주가 임의로 손해배상금을 깎고 남은 임금만 주거나, "와서 영수증을 써야 돈을 주겠다"며 임금 지급을 미루는 행위는 모두 현행법상 불법이다.
조철현 법무법인 대환 변호사는 "근로자의 태도나 근무 기간과 상관없이 '근로 개시 시점 = 근로계약서 교부 시점'이라는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