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상풍력 선도 기업 RWE는 한국을 국내 우수한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한 아시아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자 장기투자 전략 지역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재두 RWE 한국 공동 대표를 만나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 속 한국 해상풍력시장의 전략적 가치와 공급망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과제, RWE의 장기적인 상생 비전에 대해 들었다.
[한경ESG] 리딩기업의 미래전략-RWE
유럽 해상풍력 시장을 선도해 온 독일 에너지 기업 RWE가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속에서 RWE는 한국을 아시아 해상풍력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특별법시행 이후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 체계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제도적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RWE는 현재 전 세계 19개 해상풍력 프로젝트, 총 6GW 규모(지분 기준 3.3GW)를 운영 중인 글로벌 해상풍력 선도 기업이다. 덴마크·영국·독일 등에서 4.8GW 규모를 추가 건설 중이다. 한국에서는 ‘통영 미래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공동 개발하며 장기 투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재두 RWE 한국 공동대표는 “해상풍력은 단순한 재생에너지 사업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제조업 경쟁력, 미래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좌우하는 국가전략산업”이라며 “RWE는 한국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발전사업자(Reliable Long-term Player)’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철강·전선·해양플랜트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해상풍력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해상풍력 확대는 단순히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국내 제조업과 공급망 활성화, 지역경제 성장,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 일답.
한국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와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 현황은.
“RWE가 국내에서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통영 미래 해상풍력 프로젝트(전 좌사리 프로젝트)’는 현재 현대건설과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전체 파이프라인 중 가장 빠른 진도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조선·철강·해저케이블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아시아 해상풍력 시장의 핵심 허브가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우리는 이러한 강점을 가진 한국을 단순한 투자처가 아닌, 글로벌 해상풍력 공급망을 함께 이끌어갈 아시아의 전략적 거점으로 판단하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RWE가 한국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무엇인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입찰 제도와 사업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한국 시장에는 이미 100개 이상의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했지만 상당수가 인허가와 주민수용성, 송전망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은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RWE는 20년 이상의 글로벌 해상풍력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 신뢰받는 장기 발전사업자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다. 우리가 한국 시장에 과감한 자본과 기술 투자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정책적 신뢰성과 장기적 관점의 제도적 안정성이 무엇보다 담보되어야 한다.”
한국 해상풍력 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내수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개발비나 세금을 지원하더라도 정작 제품을 쓸 수 있는 국내 시장이 없으면 공급망 기업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없다. 특히 우 같은 유틸리티(발전사) 입장에서는 금융 조달(PF)을 위해 국내 공급망 기업들의 실제 트랙 레코드(사업 실적)가 필수적인데, 시장 형성 지연으로 실적을 쌓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운 부분이다.
최근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과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으로 큰 틀의 방향성은 잡혔지만, 실제 운영 기준을 규정하는 고시 체계 정비가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시장의 불신을 깰 수 있다. 제도의 구체화가 빠르게 이루어져야 민간 사업자와 공급망 기업들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며 본격적인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설 수 있다.”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 이후,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 체계가 RWE와 같은 글로벌 투자자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나.
“가장 큰 변화는 초기 개발 단계의 매몰 비용 리스크와 사업 불확실성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민간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입지를 발굴하면서 복잡한 인허가, 주민 갈등, 송전망 부족 등의 리스크를 온전히 짊어져야 했다. 이로 인해 수백억 원의 선제적 투자가 무산될 위험이 컸다.
반면, 특별법에 따른 계획입지는 정부가 사전에 적합 입지를 발굴하고 수용성과 송전망 문제를 클리어한 상태에서 입찰하는 방식이다. 인허가 절차가 일괄 의제 처리되어 사업 속도가 크게 개선될 것이므로, 글로벌 투자자에게 한국 시장의 매력도는 폭발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국내 시장에는 이미 10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발전사업허가(EBL)를 받았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RWE가 제안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은 무엇인가?
“현재 한국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전환기 속의 혼선이다. 최근 상임위를 통과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일몰 등 급격한 제도 변화는 시장에 불안을 준다. 기존 사업자에 대한 보전 방안과 해상풍력의 이격거리·수심 기준, 상한가 결정 방식 등 세부 기준이 아직 명확히 나오지 않아 많은 사업자가 초기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진성 프로젝트들을 간소화된 검증 절차를 거쳐 특별법 체계(중앙정부 입찰)로 자연스럽게 편입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정부와 민간 사업자 모두 시간, 비용,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으며 시장의 혼란도 막을 수 있다.”
RWE는 한국 시장에서 어떤 파트너십을 구축하고자 하며,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과의 시너지 방안은.
“RWE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사항 중 하나는 ‘현지 파트너십’이다. 아무리 글로벌 경험이 풍부해도 국내 시장만의 특이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다 잘할 수는 없다. 현재 현대건설과 협력하는 것처럼 국내 대기업(EPC사) 및 발전 자회사들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은 인허가 노하우와 로컬 공급망 영향력이 뛰어나고, RWE는 20년 이상의 유지보수(O&M) 경험, 리스크 관리 기술, 글로벌 금융권(PF) 유치 역량이 있어 명확한 시너지가 난다.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하려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은 초기 단계부터 무리하게 주주(유틸리티)로 참여하기보다는, 본인들이 가장 잘하는 설계, 조사, 부품 제조, 설치 공사 등 특정 서플라이 체인 분야에 진입해 점진적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안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AI 산업 확대와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의 전력 수요 폭증 속에서 RWE의 해상풍력은 어떤 전략적 역할을 할 수 있나.
“AI와 반도체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필요로 하지만, RE100이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규제 때문에 석탄이나 화력 발전으로 이 수요를 채울 수 없다. 결국 무탄소 재생에너지가 필수적인데, 한국은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아 태양광이나 육상풍력은 확장성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삼면의 바다를 활용하는 대규모 해상풍력이 AI 시대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할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대안이다. 앞으로의 에너지 경쟁력은 단순히 양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ESG 경영이 경쟁력으로 연결된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단순 가격 경쟁력보다 공급망의 환경·안전·인권 기준 준수 여부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고 있다. RWE는 환경 측면에서 탄소배출 및 폐기 물 관리를 위해 친환경 선박 적용, 블레이드, 타워, 해상구조물에 대한 재활용 및 저탄소 기술 적용 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 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해양 생태계 보호 프로그 램과 지역사회 협력 체계도 적극 운영하고 있다.
해상풍력은 지역사회와 20~30년 이상 공존해야 하므로 초기 단계부터 주민· 어업인과의 투명한 소통 및 이익 공유 모델 구축이 ESG의 핵심이다. 유럽 프로젝트에 서는 단순히 보상에 그치지 않고, 인공어 초 조성 및 해양 생물 서식지 복원 프로그 램을 병행해 생물다양성을 확대함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구축했다. 이러한 리스크 관리가 결국 프로젝트 지연을 막는 최고의 경쟁력이 된다”
향후 한국 시장에서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
““RWE는 한국 해상풍력 시장의 장기적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2029년 이후 본격화될 계획입지 경쟁입찰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단기 사업자가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 오랫동안 함께 성장하는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발전 사업자(Reliable Long-term Player)’가 되는 것이 목표다. 한국은 유럽보다 훨씬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산업 성장과 지역 고용 창출 효과를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