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3~4위 기옥시아·WD 합병 무산…"SK 반대"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세계 3~4위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업의 통합으로 관심을 모았던 일본 기옥시아홀딩스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이 무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은 WD가 자사 반도체 부문과 기옥시아홀딩스를 합병하기 위해 진행하던 협상을 중단했다고 27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WD가 26일까지 기옥시아에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당초 두 회사는 이달 말까지 합병 협상을 성사시킬 예정이었다.

합병이 결렬된 것은 기옥시아에 간접 출자한 SK하이닉스의 동의를 얻지 못한데다 최대 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과도 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베인캐피털이 기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할 때 간접투자자 형태로 참여했다.총 3950억엔(약 3조5778억원)을 투자했는데 2660억엔은 베인캐피털의 펀드에 출자했고, 1290억엔은 전환사채(CB) 형태로 투자했다.

기옥시아의 주주는 베인캐피털(56.2%), 도시바(40.6%), 호야(3.1%)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인수 구조로 인해 기옥시아와 WD의 합병에는 SK하이닉스의 동의가 필요하다.

기옥시아와 WD가 합병하면 업계지도가 바뀌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31.1%), 기옥시아(19.6%), SK하이닉스(17.8%), WD(14.7%)의 순이었다.

기옥시아와 WD가 합병하면 합산 점유율이 34.3%로 삼성전자를 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업계 4위로 처지게 된다. SK하이닉스가 두 회사 합병에 반대한 이유다.

기옥시아와 WD는 반도체 시장의 업황 부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합병을 논의해 왔다.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는 PC와 스마트폰 등의 데이터를 기억하는 데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재고가 급증했다.

합병이 무산됨에 따라 두 회사는 앞으로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업황 부진에 대응할 계획이다. 기옥시아와 WD는 미에현과 이와테현의 제조공장 투자를 분담하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두 회사의 이러한 협력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