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옐런 원맨쇼', 반등했지만 은행주는 소외됐다
<3월 23일(목) 뉴욕 금융시장>
▶주가 상승=S&P500 +0.30%, 나스닥 +1.01%
▶금리 하락=미 국채 10년물 3.411%(-3.4bp)
▶유가 하락=WTI 69.96달러(-1.33%)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에 뉴욕 증시가 울고 웃었습니다. 23일(미 동부시간) 주요 지수는 약세를 보이다 장 막판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는 0.23%, S&P500지수는 0.30% 상승했고 나스닥은 1.01% 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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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장관은 전날 의회 증언에서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하거나 고려한 바가 없다. 우리가 추구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게 알려지며 주가 내림세를 촉발했었습니다.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빌 애커먼은 "옐런이 작은 은행과 예금자에 대한 암묵적 지원을 철회하면서 전체 예금 보험은 고려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예금 유출이 즉시 가속화되지 않으면 놀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옐런의 진의가 잘못 알려졌다는 분석도 나왔죠.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옐런의 발언은 잘못 이해되어 알려지면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예금 전액을 보장하는 권한은 의회가 갖고 있고, 재무부가 포괄적 예금 보험을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원칙론을 밝힌 데 불과하다는 것이죠. 그는 "재무부가 할 수 있는 건 포괄적 예금 보장이 아니라 개별 은행에서 사고가 났을 때 그 은행의 예금 지급을 보장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은행, 시그니처 은행에서 그렇게 했고 앞으로도 예금보험공사(FDIC)가 접수하는 은행에서 그렇게 할 것이다. 새로운 중대한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옐런 장관은 오늘은 하원에 출석했습니다. 옐런이 발언하는 오후 3시 전까지 주가는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아침엔 지역은행 주가가 반등하면서 나스닥이 한때 2.5%까지 올랐지만, 오전 11시가 지나자 상승세가 꺾였고 오후 3시 직전엔 다우와 S&P500 지수가 소폭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퍼스트 리퍼블릭, 팩웨스트 등 지역은행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예금 보증을 시사하는 것과 명목적으로 지원을 공식화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시장이 명시적 보증을 원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크 캐버나 채권 전략가는 "예금 보험 범위에 변화가 없으면 기업 재무담당자는 예금을 하나의 은행에서 여러 은행으로 다각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이로 인해 지역은행은 손해를 볼 수 있다. 지역은행 구조를 유지하는 게 정책 우선순위라면 예금 보험 한도를 높이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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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은 어제 발언에 대한 부정적 시장 반응을 인식한 듯 해명에 나섰습니다. 옐런 장관은 "내가 말했듯이 우리는 뱅크런 전염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취해야 하는 도구를 사용했고 그런 도구들은 다시 쓸 수 있다. 우리의 강력한 조치는 미국인들의 예금을 안전하게 보장한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예금 보험 한도를 넓히겠다는 말은 의도적으로 피하고 '사례별로' 보장하겠다고 친절하게 설명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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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장 막판 한 시간 동안 지수들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물론 지역은행 문제가 이걸로 해결된 건 아닙니다. 지역은행을 포함한 은행주는 오늘 약세로 마감했습니다. 퍼스트 리퍼블릭은 6%, 팩웨스트도 8.55% 하락하는 등 약세를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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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보호 한도를 넓힐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의회에서도 한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합니다. 다음주 관련 청문회가 열립니다. 상원의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은 "예금 보험 한도를 25만 달러 이상으로 올리는 것은 진지한 제안이다. 작은 은행을 강화하고 예금자들이 대형 은행으로 돈을 옮기는 걸 막을 수 있어서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공화당은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슈머도 "이는 장기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수반할 수 있다.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지역은행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 남아 있습니다. 씨티그룹의 애린 시가노비치 금융 애널리스트는 퍼스트 리퍼블릭 관련 세 가지 옵션이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매각과 증자, 규모 축소입니다. 그러면서 이들 세 가지 모두 "이뤄지기 어렵다"(challenging to accomplish)라고 지적했습니다. 미실현 손실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정부 개입의 가능성이 점점 더 커 보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스타우드 캐피털의 배리 스턴리치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6개 지역은행의 미실현 증권 손실을 연구한 결과 모두 사실상 지급 불능상태라고 판단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Fed가 어제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지역은행의 손실을 증가시켰으며, 이는 은행들이 Fed에 가서 추가 자본을 빌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Fed는 이들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면 이들 은행이 어떻게 될지 미리 확인했어야 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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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역은행으로 인한 불안감은 경기 침체 우려로 이어집니다. 스턴리치 CEO는 "Fed가 금리를 너무 공격적으로 인상했기 때문에 미국이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라스무센은 "은행 위기가 심화하여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사를 삼킬 경우 금융여건 악화가 150bp 금리를 인상한 것과 맞먹을 것"이라며 "단기에 경기 침체가 생길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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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은행 발 신용 경색이 본격화될 경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다음 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이란 지적이 많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소은행은 약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갖고 있습니다. 은행권이 보유한 상업용 모기지의 거의 80%에 달합니다. 이들 대상 부동산은 금리 상승 및 팬데믹 이후 공실 증가로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은행들이 재융자할 때 대출 기준을 강화한다면 상당한 규모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또다시 은행에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MSCI 리얼에셋에 따르면 올해 4000억 달러 규모, 내년에는 5000억 달러 규모의 상업용 모기지가 만기를 맞습니다. 블룸버그는 "리파이낸싱이 필요한 부동산 업체들은 부동산 가치 하락과 대출 비용 상승에 직면해 있다. 실리콘밸리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 몰락으로 지역은행들이 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리파이낸싱 협상이 훨씬 어려질 수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MSCI리얼애셋의 짐 코스텔로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은행 혼란은 마치 넘어진 사람을 발로 차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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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은행 혼란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기준을 높여 부동산 가치에 대한 전망을 약화시킨다. 우리는 부동산 가치가 2023년에 10%, 2024년에 5%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은행 대출 조건의 변화에 민감하다는 겁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재융자 위험이 사무용 빌딩과 유통점포에서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의 부진한 수익률과 향후 몇 분기 동안 LTV(담보인정비율) 하락이 결합하면 강제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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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상업용 부동산 시장 등으로 위기가 옮겨붙으면 침체 가능성은 커질 것입니다. 파월 의장이 어제 "연착륙을 달성하거나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길이 아직 남아 있다"라면서도 "최근 은행 혼란이 그런 전망에 영향을 미칠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라고 단서를 붙인 이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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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시장은 위기 확산, 경기 침체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을 보면 5월에 25bp를 인상하는 확률을 29.4%(오후 3시 기준)로 보고 있습니다. 또 최종금리는 4.9%, 기준금리는 오는 12월 4.36%까지 떨어질 것으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지역은행 문제로 인한 위기 가능성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5월에 금리를 올리기 어렵고 하반기에는 세 번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는 것이죠. 모닝스타는 "이는 Fed가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이 더 회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은행 문제가 은행 부분에만 머문다면 대출 기준이 엄격해지고 신용 창출이 둔화하면서 올해 후반 완만한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퍼진다면 경착륙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엘렌 젠트너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향후 몇 개월 동안 의미 있는 성장과 고용의 둔화를 예상해왔는데 신용 여건이 상당히 긴축될 것이라는 전망은 연착륙이 더 어려운 것(경착륙)으로 바뀔 위험을 높인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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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혼란은 뜨거운 노동시장을 식히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는 더 빠른 긴축 종료를 이끌 수 있고, 경기 침체 우려를 감소시킬 수 있죠. 하지만 오늘 나온 데이터는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주(~18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000건 감소한 19만1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19만7000건)을 밑돌면서 20만 건 이하를 지켰습니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은행 혼란이 본격화된 기간이었는데도, 실업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기업들의 해고 발표는 둔화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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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신규주택 판매도 전월 대비 1.1% 증가한 64만 채로 발표됐습니다. 월가 예상(65만 채)보다는 적었습니다. 프레디 맥에 따르면 2월 초부터 3월 초까지 모기지 금리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가세가 나타났습니다. 2월 신규주택 매매 중간값은 43만8200달러로 1년 전보다 2.5% 상승했습니다. 로이터는 "신규주택 판매가 6개월 최고치로 증가했는데, 이는 주택 시장이 금리 상승으로 타격을 입은 후 바닥을 찾을 수 있다는 징후"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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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데이터가 나온 뒤 채권 시장의 금리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역은행 주가가 내려가는 등 불안감이 이어지자, 오전 11시께부터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오후 4시 40분께 10년물 수익률은 3.2bp 내린 3.411%, 2년물은 10.6bp나 내린 3.829%에 거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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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버틴 것은 기술주 덕분이었습니다. 애플(0.7%) 마이크로소프트(1.97%) 알파벳(1.96%) 메타(2.24%) 엔비디아(2.73%) 등 빅테크 주는 상승했습니다. Fed가 긴축의 끝으로 향하면서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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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의 시장 정보팀은 "더 낮은 금리 및 다시 늘어날 Fed의 대차대조표와 합쳐 보면 기술주가 주도하는 전술적 랠리를 예상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오늘 발표된 Fed의 대차대조표(22일)는 전주보다 945억 달러 증가한 8조734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전주의 증가 폭 2970억 달러보다는 적지만 연이어 늘어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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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의 소셜미디어 틱톡이 금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메타 알파벳뿐 아니라 스냅(3.08%) 등도 크게 올랐습니다. 오늘 틱톡의 추쇼우즈 CEO가 미 하원 청문회에 나왔는데, 의원들의 안보 위협 관련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는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중국 혹은 다른 어떤 나라의 스파이가 아니다" "소유권이 어디에 있느냐는 안보 우려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핵심 사항이 아니다" 등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추 CEO의 오늘 증언은 재앙적 순간이라고 특징짓겠다. 더 많은 의원과 백악관의 매각 요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넷플릭스도 캐나다에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에 9% 이상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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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술주 상승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지난 10년 동안의 주도주였던 성장주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기의 리더십이 다음 주기의 리더십인 경우는 드물다.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더 오랫동안 더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맞다면 기술주가 많은 미국 증시에 부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