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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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체인 CATL(닝더스다이)이 지난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전기차 시장 경쟁 격화에 이익률은 점차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CATL은 지난해 매출 3286억위안(약 62조4400억원), 순이익 307억위안을 거뒀다고 9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2.1%, 순이익은 92.9% 급증했다. 순이익은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컨센서스(288억위안)을 상회했다. CATL은 선전증시의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촹예반에 상장돼 있어 외국인 투자자의 직접투자는 아직 제한돼 있다. 종목코드는 300750이다.

CATL의 사업부별 매출과 비중(2022년 기준)은 전기차 배터리가 2366억위안(72%), 에너지저장장치(ESS)가 449억위안(13.7%), 배터리재료 및 재활용이 260억위안(7.9%), 자원개발이 45억위안(1.4%) 등으로 구성된다. ESS 부문의 매출이 지난해 253% 급증했으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순위도 재료부문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연간 순이익은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분기별 순이익 증가율은 내려가는 추세다. 지난해 분기 순이익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분기 -23.6%에서 2분기 163.9%, 3분기 188.4%로 올라갔다가 4분기에는 60.6%로 내려갔다. 배터리의 원재료인 탄산리튬 가격이 작년 11월 t당 59만7500위안으로 역대 최고점까지 오르면서 이익률도 내려간 것으로 분석된다.

탄산리튬 가격은 9일 기준 t당 34만6500위안으로 내려갔다. 원재료 가격 하락은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는 요인이다. 하지만 CATL은 최근 가격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달 웨이라이(NIO), 리샹, 지커 등 중국 주요 고객사들에게 탄산리튬 가격을 t당 20만위안에 고정한 가격으로 배터리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며, 고객사들은 그 대신 전체 배터리 사용량의 80% 이상을 CATL 제품을 써야 한다.

CATL에 뒤이어 CALB 등 중국 중견 배터리 업체들도 비슷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가격 인하 경쟁에서 도태되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소수 업체의 과점이 강화하는 '치킨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업계에선 리튬 업체들이 최근 수년 동안 자원 개발에 주력하면서 당분간 공급 과잉이 나타나고, 리튬 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CATL은 자원개발 사업부가 이익을 내는 것을 포기하면 t당 20만위안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처럼 배터리 업체들 간 경쟁이 격화하면 이익률은 떨어질 전망이다.

CATL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 기업에 대해 '기쁨과 걱정'을 표시해 더욱 주목받았다. 시 주석은 지난 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한 회의에서 CATL이 6년 연속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한 데 대해 "우리 산업이 세계 선두에 섰다는 것이 기쁘지만, 먼저 치고 나간 이런 호황이 끝내 흩어지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을 잘 계획하고 위험에 대해 면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CATL의 본사는 시 주석이 한 때 성장을 지낸 푸젠성의 닝더에 있다. 회사명 닝더스다이(寧德时代·영덕시대)도 여기서 나왔다. 영문명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Co., Limited)은 이 회사가 휴대폰 배터리 기업인 ATL에서 2011년 분사하면서 만든 이름이다.

시 주석이 CATL에 대해 기쁨과 걱정을 표한 것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외국의 견제 등을 우려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의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37%로 1위지만, 중국 제외 시장에선 22.3%로 LG에너지솔루션(29.7%)에 뒤져 있다. CATL의 매출에서 내수 비중은 76.6%에 이른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689만대로 두 배 가까이 커졌지만 올해 성장률은 30%대로 내려갈 전망이다.

CATL은 최근 미국 포드가 미시간주에 짓는 배터리 공장에 기술 지원을 하는 형식의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하는 형식이다. 이에 미국 의회에선 야당인 공화당을 중심으로 계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ATL의 주가는 2월초 전고점 대비 15%가량 하락한 400위안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자연자원부, 공업정보화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공안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자국의 최대 리튬 생산지인 장시성 이춘에서 리튬 채굴 산업 전반을 조사하고 나섰다. 중국 당국이 리튬 가격을 직접 관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