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가 개장하자 다우는 2.5%, 나스닥은 3.5%까지 급락한 채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나스닥은 고점에서 20% 이상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고, S&P500 지수는 4114.65까지 하락해 1월 저점인 4222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하지만 금세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나스닥은 하락 폭을 빠르게 줄이더니 두 시간도 안 된 오전 11시 20분께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오후 장 들어선 저가 매수세 유입이 더욱 거세졌습니다. 특히 장 막판은 현기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나스닥은 오후 3시 반부터 30분간 144포인트(1.1%) 폭등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28%, S&P500 지수는 1.50% 올랐습니다. 그리고 나스닥은 3.34%나 폭등했습니다.


① Fed, 긴축 덜 할 것
전날 밤부터 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 위험으로 미 중앙은행(Fed)이 공격적 긴축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쏟아졌습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이나 유로달러 스왑시장에서는 올해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횟수가 7번에서 6번으로 낮아졌습니다. 또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1bp=0.01%) 인상할 것이란 베팅 확률은 전날 33.7%에서 계속 감소하더니 13.3%로 줄었습니다.

유가 폭등으로 인해 긴축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제프리스는 "유가, 특히 가스 가격은 이제 지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아져 중앙은행이 추악한 긴축 사이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견은 이날은 소수였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Fed가 3월 50bp 인상할 확률은 더 낮아졌다"라면서도 "여전히 25bp의 금리 인상은 단행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얀 헤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경제와 Fed의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무역량이 많지 않고,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향이 유럽에 비해 적다는 것이죠. 미국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러나 그는 "치솟는 유가는 큰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 미만으로 하락하지만, 미국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20bp 높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금융여건의 긴축도 경제에 영향을 줍니다. 골드만삭스는 "금융여건의 긴축과 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의 증가는 미국 성장에 추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과거 지정학적 위기가 미국의 금융여건에 의미 있는 긴축을 초래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Fed는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 불확실성이 줄어들 때까지 중요한 통화정책 결정을 연기하는 걸 선호했습니다. 9·11 사태 직후, 미·중 무역전쟁 등이 터진 뒤 Fed는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도 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와 관련, "0%인 기준금리와 매우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이는 Fed에게 옵션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상황은 지정학적 사건으로 인해 Fed가 당장 긴축해야 할 더 강력하고 더 긴급한 이유가 커졌다. 그래서 Fed가 정책 결정을 연기한 과거 사례와 다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헤치우스는 "문제가 되는 임금-인플레이션 역학이 나타나고 있으며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이미 높다. 원자재 가격의 추가 상승은 평소보다 더 우려스러울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골드만삭스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FOMC가 3월부터 지속해서 25bp씩 인상하는 걸 막지는 못하겠지만, 3월 50bp 인상할 가능성은 더 낮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관측했습니다.
바이털 날리지의 애덤 크라사펄리 설립자도 "50bp 인상 가능성은 사라졌으며, 대차대조표 감축의 경우에도 좀 더 지연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유가가 올랐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유가 상승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라며 "Fed가 매파적 태도를 보이는 데 약간 신중을 기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는 이날 연단에 선 다섯 명의 Fed 위원의 발언에서도 확인됐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3월에 금리를 인상하고 향후 몇 개월 동안 추가 인상을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상황이 미국의 중장기 경제 전망에 미치는 영향도 완화 정책을 철회하는 속도를 결정할 때 고려할 사항”이라고 밝혔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도 "현재 예상하는 대로 경제가 발전한다면 3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도 "상황이 어디로 가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지난 몇 주 동안 천연가스와 유가가 극적으로 상승한 것을 봐왔고, 이게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Fed가 덜 긴축하면 인플레이션 위험은 크지만,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LPL파이낸셜의 라이언 디트릭 전략가는 "경제가 이런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경기 침체를 겪지 않는다면 주식은 일반적으로 괜찮다"라고 말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37개의 주요 지정학적 사건을 조사한 결과 경기 침체가 없다면 1년 후 주식이 거의 11%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주식이 1년 후 11% 이상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는 "강력한 가계 재무 및 기업 실적으로 인해 침체 가능성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약세는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② 제재, 예상보다 약하다
아이캐피털의 아나스타샤 아모로소 최고투자전략가는 "두 가지가 관건이다. 하나는 미국과 유럽이 발표할 제재가 얼마나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두 번째는 Fed가 얼마나 비둘기파적으로 변할지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하면 '가혹한' 제재를 맹세해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국제금융결제망(SWIFT)에서 러시아 금융사를 빼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항상 선택사항이지만 지금은 다른 유럽 국가들이 원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와의 에너지 무역이 많은 독일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러시아 엘리트들을 제재하면서도 정작 푸틴 대통령은 대상에서 빼놓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푸틴에 대한 직접적 제재도 테이블 위에 있다"라고 둘러댔습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던 오후 1시 50분께 지수는 상승폭을 대폭 키웠습니다. 세계 경제를 위협할 만큼 강력한 제재 조치가 나오지 않았고,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막는 제재도 없었습니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전략 비축유에서 더 많은 석유를 방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급등했던 국제 유가는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이날 오후 4시께 서부텍사스원유는 0.65% 오른 배럴당 92.71달러, 브렌트유는 2.02% 상승한 98.80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전쟁이 터진 직후 각각 최고 100달러, 105달러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겁니다.


네드 데이비스는 강력한 제재는 선진국 경제에도 하방 위험을 안겨주지만, 침체를 일으키지는 않으리라고 봤습니다.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오르면 세계 G7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은 0.40% 포인트 감소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G7 경제가 올해 최소 3.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적어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③ 전쟁 쉽게 끝날 수 있다
이날 오후 2시 20분 블룸버그는 서방의 고위 정보 관료를 인용해 "서방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가 몇 시간 안에 러시아군에게 함락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는 기사를 띄웠습니다. 러시아군이 드네프르강 양쪽을 따라 진격하고 있으며 곧 수도 키예프를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전쟁이 예상보다 쉽게 끝날 것이란 얘기가 있다"라며 "전쟁이 이대로 종료된다면 시장을 짓눌러온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월가의 한 트레이더는 "이날 장 시작과 함께 주식을 매수했고, 장 막판에 팔았다"라고 전했습니다. 모든 게 해결된 게 아니고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겁니다. 그는 이날 장 막판에 오름폭이 확대된 것은 '숏스퀴즈'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오름세에 공매도 손실이 늘어나면서 이를 커버하는 매수세가 몰렸다는 겁니다.
전쟁이 어떻게 번질까 하는 게 기본적인 불확실성이지만, 미국 증시 투자자에게는 인플레이션과 Fed의 긴축,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이 가장 걱정되는 문제입니다. 도이치뱅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 전략가는 "이번 주 이후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아직 숲에서 나오지 않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손더스 전략가는 "Fed의 긴축이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고 시장은 올해 7회 금리 인상 예상을 6회 정도로 낮췄다. 하지만 사실 Fed의 관점이나 정책 등은 크게 바뀐 게 없다고 본다. 우리는 Fed의 경로를 이미 아는 것 같이 움직이고 있지만 사실 불확실성은 더 커졌고 Fed의 관점이 바뀌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원자재 가격은 석유 천연가스뿐 아니라 장기간 상승 수준을 유지할 것이고 (러시아 기업에 대한 제재 탓에) 단기에 평소처럼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등은 유가가 125달러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올해 미국 경제의 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현재로서는 다수 입니다. 이날 발표된 전주 실업급여 청구건수도 23만 건대를 유지하며 월가 예상을 하회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잦아들면서 경제 지표들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크리스 하이지 메릴의 최고투자책임자는 "우리는 증시 조정이 아마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속화되어 최종 단계에 있다고 믿는다. 기업 이익 성장세가 여전히 건전하고 통화정책은 너무 긴축적이기 않을 것이란 신호를 보이고 있으므로 시장은 궁극적으로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에 통화정책 오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지만, 경기 침체 위험은 여전히 매우 낮고 억제되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