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일본인들의 월 급여가 8년 만에 감소했다. 소비와 물가, 경제성장률이 모두 제자리걸음을 하는 일본식 장기침체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1인당 월 평균 급여가 31만8081엔(약 322만6391원)으로 1년전보다 1.5% 줄었다고 28일 발표했다.

월 평균 급여가 줄어든 건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집권한 2013년 이후 일본 정부는 소비진작을 위해 매년 3% 이상의 임금인상을 목표로 내걸고 기업을 압박했다. 그 결과 대기업은 해마다 2% 이상의 임금인상률을 유지해왔다.

일본인의 월급봉투가 얇아진 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을 중심으로 급여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외식 서비스업(-7%), 운수·우편업(-5.4%) 등 외출 및 외식자제의 영향을 크게 받은 업종의 급여가 줄었다.

올해 월급 상황도 밝지 않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1.82%다. 대기업 임금인상률이 2%를 밑돈 것 역시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가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대기업의 임금인상률이 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중견·중소기업의 급여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잃어버린 40년 되나'…8년 만에 눈물 흘린 일본인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고용상황도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무성은 4월 완전실업자수가 209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만명 늘었다고 밝혔다. 실업자수가 15개월 연속 1년 전보다 늘었다. 완전실업률도 2.8%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취업자수는 6657만명으로 29만명 늘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 비해 51만명 적다. 특히 해고가 쉬운 파트타임 노동자수가 1593만5000명으로 1990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휴업 및 영업시간 단축으로 월간 실질노동시간도 134.6시간으로 3% 줄었다.

고용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임금상승률도 하향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급여수준은 일본 국내총생산(GDP)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와 직결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소비가 늘지 않아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기업실적이 악화돼 다시 급여가 하향압력을 받는 악순환(디플레이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은 지난 30년간 이같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잃어버린 30년'에 신음했다. 아베노믹스 초기 디플레이션에 탈출하는 듯 했지만 후반기 들어서는 회복력을 잃어버렸다는 분석이 많다.

2015년 수준을 100으로 놓았을 때 2019년 소비자물가는 102.4, 명목임금은 102.3이었다. 5년 가까이 임금도 물가도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사이토 다로 닛세이기초연구소 경제조사부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제조업 임금은 오르는 반면 서비스업 임금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는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