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3기 신도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는 데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서울 주택 공급의 핵심 축인 재건축·재개발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 대출과 세금 규제를 더 옥죌 가능성이 높아져 전·월세 시장 불안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기 신도시 개발 속도 두 배 느려져

3기 신도시가 조성될 고양창릉지구 부지. 임형택 기자
3기 신도시가 조성될 고양창릉지구 부지. 임형택 기자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사업의 지구 지정 기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8월 3기 신도시로 발표된 경기 화성진안과 의왕군포안산은 지구 지정까지 각각 30개월, 22개월이 걸렸다. 같은 해 2월 발표된 광명시흥도 21개월이 소요됐다.

반면 정부 출범 초기인 2018년 12월 3기 신도시로 발표된 남양주왕숙과 하남교산은 각각 10개월, 2019년 5월 발표된 인천계양은 5개월 만에 지구 지정이 완료됐다. 이들 6곳이 지구로 지정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0개월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3기 신도시는 인허가 절차만 60개월가량 걸린다”며 “이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허가 절차뿐 아니라 주민 의견 수렴과 관계기관 협의, 환경영향평가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사업 속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의왕군포안산은 2021년 8월 지구 지정이 제안됐지만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만 세 차례 거친 끝에 2023년 6월 지구 지정이 이뤄졌다.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환경단체 반발이 이어진 영향이 컸다. 화성진안도 주민 열람과 전략환경영향평가 후 관계기관 간 이견으로 2년 가까이 사업이 지연됐다. 광명시흥은 과거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과 해제 이력이 얽히며 주민 협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보상 절차도 또 다른 변수다. 광명시흥은 올해 하반기, 의왕군포안산은 2027년 하반기, 화성진안은 2028년 하반기 보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보상 이후에도 조성공사 착수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병행 추진’ 방식이 적용된 선도지구도 평균 19개월이 지나서야 공사에 들어갔다.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해야

이주비 대출 규제 등 재건축·재개발을 둘러싼 정책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비사업은 대규모 사업비 조달이 필수인 만큼 대출과 거래(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활해야 속도를 낼 수 있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이주비 대출과 관련해 1주택 실수요자에게 규제를 일부 완화하되 다주택자 및 비거주 임대인에게는 현행 규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전역과 경기 15개 지역에서는 이주비에도 담보인정비율(LTV) 40%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급 정책이라면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금융 여건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대출 규제가 사업 지연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민간이 장기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 활발했다. 하지만 그해 ‘10·15 대책’이 나온 뒤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종합부동산세 합산 등 세금 부담이 커져 시장이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공과 개인 임대인만으로 임대주택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형 임대주택을 ‘제3의 공급 축’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정책으로 발목을 잡아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며 “주택 공급은 착공부터 입주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금융·세제 정상화를 더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유정/유오상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