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브랜드 홀리스터가 판매하는 ‘폴드오버 진’ 제품(왼쪽)과 배우 밀리 보비 브라운이 폴드오버 진을 착용한 모습. 홀리스터 홈페이지·밀리 보비 브라운 인스타그램
의류 브랜드 홀리스터가 판매하는 ‘폴드오버 진’ 제품(왼쪽)과 배우 밀리 보비 브라운이 폴드오버 진을 착용한 모습. 홀리스터 홈페이지·밀리 보비 브라운 인스타그램
바지 단추와 지퍼가 풀린 듯한 청바지가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헐렁한 배기진의 허리 부분을 바깥으로 뒤집어 속옷이나 안감이 드러난 것처럼 연출한 ‘폴드오버 진’이다. 부모 세대는 “지퍼부터 올리라”며 난색을 보이지만 관련 제품은 5만원대부터 170만원대까지 출시되며 새로운 데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5일 미국 패션업계에서 폴드오버 진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폴드오버 진은 청바지 허리 부분을 바깥쪽으로 접어 내린 형태의 제품이다. 단추와 지퍼가 열린 것처럼 보이지만 접힌 부분을 미리 봉제하거나 고정해 실제로 바지가 흘러내리지는 않는다. 제품에 따라 꽃무늬나 줄무늬 원단을 덧대 속옷의 허리 밴드가 노출된 듯한 효과를 내기도 한다.

유행은 유명인들이 기존 청바지를 변형해 입으면서 시작됐다. 인플루언서 겸 가수 애디슨 레이와 가수 도자 캣 등이 2022년께 청바지 단추를 풀고 허리 부분을 접어 입은 모습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올해 들어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가수 타일라가 무대와 뮤직비디오, 패션 행사에서 단추를 풀어 내린 로라이즈 청바지를 잇달아 선보였다.

개인이 바지를 접어 입던 방식은 완제품 시장으로 옮겨갔다. 미국 온라인 패션업체 패션노바는 관련 제품을 35달러(약 5만원)에 내놨다. 캐주얼 브랜드 홀리스터 제품은 60달러, 미국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 아골드 제품은 268달러에 판매된다.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사카이는 가격이 1210달러(약 170만원)에 달하는 제품도 출시했다. 저가 패스트패션부터 고가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같은 디자인을 내놓은 것이다.

뉴욕 맨해튼 홀리스터 매장에서는 폴드오버 진이 품절과 재입고를 반복하고 있다. 미국 백화점 노드스트롬에서 판매한 스페인 브랜드 데시구알의 협업 제품과 뉴욕 소호의 패션 브랜드 에딕티드 제품도 상당수가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원하는 제품을 구하지 못한 일부 소비자는 기존의 헐렁한 청바지 허리를 직접 접어 박음질한 뒤 입고 있다.

폴드오버 진은 최근 다시 확산한 ‘Y2K 패션’의 변형으로 분석된다.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로라이즈 청바지가 다시 등장한 데 이어, 단순히 허리선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속옷과 안감까지 옷차림의 일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올해 패션시장에서는 로라이즈 부츠컷과 헐렁한 로라이즈 청바지 등 2000년대식 데님이 주요 유행으로 꼽히고 있다. 리바이스와 어반아웃피터스, 아베크롬비, 프리피플 등도 다양한 로라이즈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상의를 짧게 입고 바지의 허리선을 낮춰 복부를 드러내는 데 익숙한 Z세대가 노출 자체보다 의 도적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몸에 밀착되는 스키니진 대신 통이 넓은 배기진과 와이드진을 선호하는 흐름과도 맞물렸다. 최근 유명인과 패션 브랜드들은 로라이즈와 넉넉한 실루엣을 결합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다만 패션업계에서는 기성세대가 불편하게 여기는 옷차림일수록 젊은 소비자에게는 차별화된 스타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본다. 스키니진에서 와이드진, 하이웨이스트에서 로라이즈로 유행이 이동한 데 이어 청바지의 단추와 지퍼까지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