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여성 리더-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기후위기, 시민인식 변화 중요…그린리더 적극 육성해야"


“2030년까지 1000만 명의 그린리더를 육성하겠습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각성된 시민의 증가’라고 말한다. 기후위기를 정부나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라 시민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사회 전체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재단은 이러한 시민들을 ‘그린리더’라고 정의한다.

환경재단은 2020년 ‘2025년까지 500만 명의 그린리더 육성’을 목표로 제시했고, 현재까지 약 590만 명 규모로 참여를 확대했다. 이제는 2030년까지 1000만 명 육성을 새로운 비전으로 내걸었다. 이미경 대표는 “기후위기는 결국 시민의 인식 변화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며 “사회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정책도, 기업도 바뀐다”고 강조했다.

환경재단은 이러한 목표 아래 기업·청소년·일반 시민을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올해 3회를 맞은 ‘기후수능’이다. 중·고등학생들이 실제 수능처럼 기후 문제 시험을 치르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온라인 응시자만 약 1000명에 달했다. 이 대표는 “학생들이 기후 문제를 자신의 미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2004년 시작해 올해로 23회를 맞은 서울국제환경영화제도 환경재단의 대표 프로젝트다. 영화라는 문화 콘텐츠를 통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를 접하도록 기획된 행사다. 올해는 청소년 포럼과 반려견 동반 야외 상영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린다. 이 대표는 “환경운동이 반드시 비판과 고발의 방식만 있을 필요는 없다”며 “환경에 관심은 있지만 부담을 느끼는 시민들이 문화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환경재단은 이 밖에도 일반 시민 대상 자연 체험 프로그램인 ‘그린보트’, 최고경영자(CEO) 대상 ‘ESG·AI 리더십 과정’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당위나 희생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안으로 기후 의제가 스며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기후 분야에서 기업과 시민사회를 연결해 온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1990년대 기업 교육과 리더십 분야에서 활동한 뒤 2002년 환경재단 설립 초기부터 합류해 기업·시민·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환경운동 모델을 만들어 왔다. 그는 기업 현장과 시민사회를 동시에 경험한 드문 환경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출범한 환경재단은 국내 환경 비정부기구(NGO) 가운데 가장 먼저 기업과의 협업 모델을 본격화한 단체다. 당시만 해도 환경단체가 기업과 협력하는 것 자체가 강한 비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환경재단은 환경 문제 해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체 역시 기업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매출의 1만분의 1을 환경 문제 해결에 기부하는 ‘만분클럽’을 만들었고, 이후 기업별 ESG·환경 프로젝트로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는 연간 약 200개 기업이 환경재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ESG를 단순한 규제가 아닌 ‘생존 전략’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TNFD),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등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후 대응이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 ESG가 평판 관리의 영역이었다면 지금은 투자와 공급망, 매출이 직결된 경영 리스크 관리 체계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SG라는 용어는 바뀔 수 있어도 기후와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확산이 가져올 새로운 위기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표는 “기후위기만으로도 문명사적 위기인데 AI까지 겹치면서 사회 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기술 혁신이 생태계 복원과 연결되지 못하면 미래 사회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환경은 더 이상 의무나 희생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문화·교육·라이프스타일 속으로 스며드는 대중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1000만 명의 그린리더가 함께할 때 한국 사회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기후위기, 시민인식 변화 중요…그린리더 적극 육성해야"
최근 가장 중요하게 보는 환경 의제는 무엇인가.

“인공지능(AI)은 단순한 디지털 기술이 아니라 막대한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 물 사용 문제를 동시에 유발하고 있다. 앞으로 AI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친환경 에너지 체계와 연결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태도가 실제로 달라졌다고 보는가.

“애플·BMW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사에도 탄소 감축과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ESG는 일부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문제가 됐다. ESG는 CEO와 이사회가 직접 고민하는 미래 먹거리이자 생존 전략이다.”

TNFD·자연자본·공급망 공시 확대에 대해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제는 우리 공장만 관리한다고 끝나는 시대가 아니다. 원자재를 어디서 가져오는지, 협력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는지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 앞으로는 탄소뿐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자연 훼손 여부까지 공급망 전체가 평가 대상이 된다. 결국 공급망 전체를 친환경 구조로 바꾸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다. 또 단순히 환경 훼손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생태계를 회복하는 ‘네이처 포지티브’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환경 철학이 조직 전체에 스며들어야 한다.”

한국 기업의 ESG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한국 기업의 ESG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여전히 ‘패스트 팔로어’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ESG 규제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제사회와 글로벌 자본이 함께 만들어온 흐름이다. 기후 위기가 심화될수록 규제는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에서 40℃를 넘는 폭염이 반복되는 현실을 보면, ESG 규제가 다 시 약화될 것이라 보긴 어렵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기후위기, 시민인식 변화 중요…그린리더 적극 육성해야"
국내 기후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정치는 유권자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후와 에너지 문제는 단기적 정치 논리가 아니라 국가 산업 발전, 미래세대, 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나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처럼 독립성을 가진 기후정책기구가 필요한 이유다”

영화제나 그린보트 같은 문화 프로젝트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환경운동이 늘 비판과 규제 중심으로만 가면 대중과 멀어질 수 있다. 사람들은 문화와 경험을 통해 더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환경도 이제는 생활과 콘텐츠 속으로 스며드는 방식이 중요하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사회가 건강하게 성숙하려면 정부·기업· 시민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균형 있게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비영리 시민단체들이 지나친 헌신과 희생을 감당하며 활동하고 있어 안타깝다. 지속가능한 역할을 위해서는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안전지대와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향후 5~10년 ESG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ESG에서 E가 가장 중요하다. 기후재난 앞에서 단기 이익만 좇는 기업은 결국 공급망에서 퇴출되고, 생태계와 공존하는 기업과 국가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