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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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석유·가스 업체인 노바텍의 발트해 터미널 생산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운영이 중단됐다.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21일(현지시간) "발트해 최대 규모의 항만인 우스트루가 항구에 있는 노바텍 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바텍이 현지에서 운영 중인 시설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노바텍은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업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서쪽으로 170㎞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우스트루가 항구는 세계 최대 철도 및 해상 환적 터미널을 품고 있다.

러시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최소 2대 이상의 드론이 상공에서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새벽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현장 동영상에는 현지 근로자들이 화염에 휩싸인 탑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러시아 국영 리아통신은 "노바텍의 우스트루가 항구의 생산 단지에서 '외부의 공격'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며 "100입방미터(cubic meter, m³) 크기의 저수조에서 난 불은 진압됐지만 현재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우스트루가는 러시아 에너지 수출 시스템의 "핵심 교점(key node)"으로 불린다. 가스 처리 공장과 석유 제품을 해외로 운송하는 주요 항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노바텍은 우스트루가 생산단지에서 작년 한해에만 700만t에 달하는 가스 응축수를 연료로 처리했다. 다만 FT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품목에서 석유는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번 폭발이 러시아에 큰 손실을 입히진 않을 것"이라며 "해당 생산단지가 노바텍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노바텍에만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노바텍은 해당 생산단지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하지 않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3년 차에 접어듦에 따라 양측은 상대방의 핵심 물류나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은 공격을 늘리고 있다. 이날 공격 전에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석유 터미널과 우크라이나 동부와 접해 있는 브랸스크 지역의 화약 제조업체와 석유 저장소에 대한 드론 공격이 있었다. 이 같은 일련의 공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GUR)이 국내에서 생산한 무인 항공기를 사용해 공격을 감행한 것"이라고 했다. FT는 "우크라이나가 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지고 러시아 내륙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대항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