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표 이후 수천명 거리로

2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20일 오후 9시(현지시간)께 대대적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주택 임대 시장부터 인터넷 서비스, 식품 소매, 와인 생산, 대외 무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300가지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노동법 현대화도 주요 추진 과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퇴직금 삭감, 신입 사원 수습 기간 연장, 출산휴가 폐지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핵심 광물인 리튬과 구리 개발 산업에 대한 비용 절감책도 마련됐다.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리튬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밀레이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아르헨티나를 쇠퇴하게 하는 경제 모델을 종식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아르헨티나를 무너뜨린 억압적 제도와 법적 틀을 풀어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긴급조치는 정부 관보에 게재된 뒤 상·하원 의원들로 구성된 공동위원회의 평가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목표 시행 시점은 오는 29일이다.
이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포함한 아르헨티나 주요 도시에선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개혁 정책이 발표되기 몇 시간 전부터 시작된 시위는 밀레이 대통령의 연설 후 불이 붙었다.
시위는 밀레이 대통령이 각을 세워온 좌파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 지지자와 노동자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밀레이는 쓰레기”, “밀레이는 독재자”, “아르헨티나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의회 앞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야당 정치인들은 특히 밀레이 대통령이 의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긴급조치라는 꼼수를 썼다고 비판하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