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해 리스크 수급 압박 가능성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벗(정책 기조 전환) 신호에 8주 만에 반등한 국제유가가 이번 주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장에선 전 세계 물동량의 10%가 통과하는 홍해에서의 물류 대란 가능성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지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물은 전일보다 15센트(0.2%) 내린 배럴당 71.43달러에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브렌트유 2월물 역시 런던 ICE선물거래소 6센트(0.1%) 하락한 배럴당 76.55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두 유종이 모두 소폭 하락했지만, 주간 단위로 보면 각각 0.3%, 0.9% 상승했다. 8주 만의 오름세였다.

Fed 고위 관계자들은 연이어 시장의 과도한 랠리를 경계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에 이어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연은 총재가 17일(현지시간) CBS방송 ‘페이스더네이션’에 출연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금리 인하 결정은 향후 발표될 경제 데이터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물가 상승률이 Fed의 목표치인 2%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무역 동맥’과도 같은 홍해 지역이 얼어붙으면 수급에 영향을 미쳐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후티 반군에 대한 직접 공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현실화한다면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해상 운송 관련 연구기관인 MTR의 스타브로스 카람페리디스 박사는 “홍해를 통해 영국까지 배달되는 원유는 이미 발송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내년 초부터 공급망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러시아산 석유가 이미 봉쇄돼 있는 가운데 홍해에서의 원유 교역량이 10~15% 줄어들면 전 세계적으로는 30~40%가 줄어드는 효과”라고 했다. 그는 이 지역의 선적용 컨테이너 1대당 보험료가 100달러가량 오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