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언제 해야 하나…고민 깊어지는 Fed [Fed워치]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년간 통화긴축 정책을 이어온 결과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언제 얼마만큼 금리를 인하할지를 결정하기 쉽지 않아서다. 너무 이른 인하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내려 앉히기 부족할 수 있고, 인하 시기를 놓치면 침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12~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만큼 월가에서 이와 관련된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1960~1970년대 잘못 반복할까 우려

Fed의 이같은 고민은 2년 전 물가가 급등할 조짐을 보일 때 바로 긴축에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물가를 잡는 기회를 놓친 기억 때문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2021년 3월 17일 기자회견에서 과잉 저축에 따른 과잉 지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인플레이션이) 오르고 있다”면서도 “일회성(one-time sort)”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올랐고, Fed는 2022년 3월부터 뒤늦게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은 2022년 6월 “올해 인플레 전망도 눈에 띄게 상승함에 따라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금리 인상 폭을 0.75%포인트라는 형태로 실행했다”고 말했다.
Fed는 이같은 기억 때문에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도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Fed는 과거 1970년대 1·2차 석유파동 때 성급하게 금리를 인하했다가 두 자릿수 물가 상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경기 침체 다가오고 있어”

반면 일각에서는 물가가 잡히고, 노동시장이 둔화하는 가운데서도 금리 인하 시점을 놓치면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3대 은행인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CEO는 6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참석에 앞서 준비된 발언을 통해 “급격한 경기 하강이 임박했다고 보지는 않지만, 경기침체가 다가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프레이저 CEO는 또 이러한 경기침체가 서비스 부문의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증가하는 부채, 둔화하는 글로벌 성장, 유럽과 중동의 무력 충돌 등에 따라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JP모간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인플레이션이 더 오를 수 있고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이먼 CEO는 “많은 것들이 위험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며 “금리가 올라갈 수 있고 이는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이르면 내년 3월부터 Fed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 평가와 내년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 금리 인상 종결 시점에 대한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FOMC에선 금리 전망치인 점도표, 성장률, 인플레이션, 실업률 전망치가 포함된 12월 경제전망도 나온다. 월가 대형 투자은행 JP모간체이스는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점도표상 내년도 연방기금금리 목표치 중간값이 연 5.125%보다 낮은 수준으로 크게 떨어질 경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전제품과 항공권 등 가격 하락

한편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는 주로 가전제품과 IT 제품, 항공권, 자동차 판매가격 하락에 힘입은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가전제품 등 내구재 품목 가격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시장조사기관 서카나도 텔레비전과 같은 일부 가전제품 가격이 팬데믹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밝혔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기술 소비재 가격도 작년부터 하락했다.

항공사들이 미국 국내 노선에 더 큰 항공기를 투입했으나 소비자들은 해외여행을 우선시하면서 항공사들이 할인판매를 많이 했다. 항공료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7개월 중 5개월 동안 하락했으며, 10월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 낮아졌다.

반면 식료품 가격은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 노동부는 10월 식료품 가격이 전년 대비 2.1% 상승했다고 밝혔다. 월마트 최고경영자 더그 맥밀런은 일부 비식품 및 신선식품 가격이 올해 초에 비해 하락했지만, 장기 보관 가능 상품과 기타 소모품 가격은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