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역은행 위기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4대 대형은행의 수익 편중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11일(현지시간) 뱅크레그데이터 보고서 등에 따르면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4대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수익은 업계 전체 수익의 절반가량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빅4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고, 미국 내 4400여 개 은행이 창출한 총수익의 45%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지난해 3분기(35%)와 과거 10년 평균치(39%)를 크게 웃돈다.

빅4를 제외한 나머지 미국 은행의 3분기 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평균 19%가량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글로벌 투자자문회사 CFRA의 알렉산더 요쿰 지역은행 분석가는 “규모가 큰 은행은 예금 인출 압박을 별로 받지 않았지만 중소 지역은행은 대형은행보다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중소형 은행에 대한 예금자들의 불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줄파산 사태 이후 최근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커지면서 이 부문에 대출을 많이 해준 중소 지역은행의 입지가 더욱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리스토퍼 월렌 월렌글로벌 대표는 “중소은행의 수익은 계속 압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은행 위기로 2분기에는 10% 증가한 미국 은행업계의 전체 수익이 3분기 들어 5% 줄었다. 업계 총수익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여섯 분기 만에 처음이다. 뱅크레그데이터는 “대출 및 채권 시장 투자 손실과 예적금 이자 비용 급등이 원인”이라며 “중소은행이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을 막기 위해 지급한 이자 비용은 260%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 은행주들은 올해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S&P500지수가 올해 13% 상승하는 동안 S&P500 은행지수는 12%가량 하락했다. 특히 지역은행지수는 25% 가까이 폭락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