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 이후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신(新)공항이 들어서면서 템펠호프 공항은 문을 닫았다.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베를린시 정부는 공항 부지를 대규모 주택 단지로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오늘날 이곳은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등에서 온 이민자들의 거주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2015년 난민 위기 당시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템펠호프 공항 격납고(hangar) 주변에 독일 최대 규모 수용 시설을 만들고 7000여 명의 난민을 들였다.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한 독일 정부는 난민들을 노동시장에 성공적으로 융합시키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올해 자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4%로 제시하면서 노동력 부족을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구조적 문제”로 꼽았다. 그는 “구인에 실패한 수공예 업체들은 주문을 취소하고, 상점‧식당은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일이 허다하다”며 “더 많은 이민자가 노동시장에 편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독일 IFO경제연구소 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인력 부족으로 사업에 지장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독일 경제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중소기업(미텔슈탄트)들이 최대 걸림돌로 꼽은 것도 인력 부족이었다.

이렇게 유입된 이민자들이 독일 사회에 얼마나 잘 통합되느냐도 관건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난민 위기 당시 독일로 유입된 난민 중 절반만 5년 내 일자리를 구했다. 독일은 고유의 직업 훈련 제도나 독일어 사용 가능 여부 등을 중시한다는 점 때문에 이들이 정상적으로 노동시장에 편입되기까지 시차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선진국 대비 고숙련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낮아 인력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독일의 소득 상위 10%의 임금은 중위소득의 2.1배로, 미국(2.7배), 캐나다(2.5배), 영국(2.3배)보다 낮다. 홀거 슈미딩 베렌베르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은 이민자들을 자국 사회에 완전히 통합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