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금리 日..한국과 기준금리차 3.6%P
한국인 월 185만원 낼때 일본 20만원에 내집마련
일본은행, 7월 장기금리 사실상 1%로 인상
우에다 총재 부인에도 외신 "긴축시작" 해석
돈을 빌리면 이자를 물어야 한다. 그런데 이자가 없는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2016년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도입한 이래 일본은 7년째 단기 금리를 마이너스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장기와 단기 두 가지 기준금리를 운영한다. 단기 기준금리는 연 -0.1%, 장기 기준금리는 연 0±0.5%로 둘다 0%이거나 마이너스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3.5%로 일본보다 3.6%포인트 높다.


일본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면 집값의 100%를 대출해 준다. 그러고도 30년짜리 대출을 연 0.5%의 금리에 빌릴 수 있다. 똑같이 5억원을 빌렸을때 한국인이 월 185만원(이자율 연 4.5% 적용)의 이자를 물어야 하는 반면, 일본인은 월 20만원에 내집 마련이 가능한 셈이다.
그래서 일본 미디어들은 종종 일본 사회를 '금리가 없는 세계'라고 표현한다. 금리가 없는 세계 일본이 2023년 7월28일부터 다시 '금리가 있는 세계'로 돌아갔다.

이날 결정의 핵심은 '하면서도'라는 분석이다. 기준금리를 유지하긴 하는데 유연하게 운영한다는 알쏭달쏭한 표현. 지금까지 일본은행은 장기금리의 기준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변동폭 상한(0.5%)을 넘어서면 0.5%의 금리에 국채를 무제한 사들였다.
장기금리를 0.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국채 매수수요의 싹을 자르기 위해서다. 이를 가격지정 공개시장운영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장기금리가 급변동하지 않는 한 1%까지 오르더라도 공개시장운영을 실시하지 않겠다는게 이날 결정의 요지다.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은 주요국 가운데 마지막까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던 일본이 출구전략을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하는가, 아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지만 기준금리가 오르는 것은 허용한다는 모순적인 결정은 금융시장 관계자들에게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일단 외신들은 일본은행의 이날 결정에 대해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행은 작년 12월20일 장기 기준금리 변동폭을 ±0.25%에서 ±0.5%로 확대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당시 총재(사진)가 "채권시장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일 뿐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장기금리는 즉시 0.5%로 상승했다.

하지만 장기금리의 기준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단숨에 0.5%를 넘어 0.55%까지 상승했다. 8월29일에는 0.660%로 9년 7개월만의 최고치까지 올랐다.
▶이자가 없는 세계에서 있는 세계로(中)에서 계속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