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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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치에 가깝게 치솟다 조정 국면에 들어섰던 국제 금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미국의 고용‧부동산 시장 관련 지표가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이며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동결’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시장 관측에 따른 반응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오후 1시40분께 트로이온스당 2006.26달러를 기록하며 2000달러선을 넘어섰다. 금 현물 가격은 한때 트로이온스당 1969.1달러까지 하락하며 2주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 날 금 선물(6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1.80달러(0.6%)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2019.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 13일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 트로이온스당 2055.30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후 트로이온스당 2007달러까지 내렸다가 오름세를 되찾았다.
(자료=골드프라이스닷컴)
(자료=골드프라이스닷컴)
이날 발표된 미 경제 지표들이 일제히 경기 둔화를 가리키고 있는 데 따른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4월 9∼15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4만5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주보다 5000건 늘었고, 2주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4만 건)도 웃돌았다. 특히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만1000건 급증해 187만건을 기록했다. 이 수치가 클수록 실직자들이 새 일자리를 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미다.

같은 날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3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가 전월보다 2.4% 감소한 444만건(연율)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월 대비 22% 급감한 수준이다.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37만5700달러로, 1년 전보다 0.9% 내렸다. CNBC방송에 따르면 이는 2012년 1월 이후 최대 폭이다.

이에 따라 이날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와 국채 수익률이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두 지표는 통상 금 가격과 반대 흐름을 보인다. 달러 가치가 내리면 금의 가치가 높아지고, 채권 수익률이 하락하면 이자가 없는 금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로이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금리를 한 차례 올린 뒤 동결할 가능성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확률이 82.1%까지 올랐다.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OANDA) 선임연구원은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면,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