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중국 금융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2분기 이후 중국 경기의 본격적 반등을 기대하는 자금으로 분석된다.

20일 금융정보업체 둥팡차이푸 등에 따르면 홍콩증시를 통한 외국인의 본토주식 거래인 '북향자금'은 전날까지 1032억위안(약 18조8000억원·1위안=약 182원)어치의 중국 본토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북향자금은 이날도 오전 10시30분 기준 48억위안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북향자금의 월간 순매수가 1000억위안을 넘은 것은 2014년 11월 상하이·선전거래소와 홍콩거래소 간 교차매매(후강퉁·선강퉁)가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기존 최대 기록은 2021년 12월의 889억위안이었다. 후강퉁·선강퉁이 열린 이후 외국인 투자자는 대부분 기존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 제도 대신 교차매매를 활용해 중국 본토주식을 거래한다.

1월 북향자금 순매수 1032억위안은 작년 전체(900억위안)를 넘어선 규모다. 연간 기준 최대 기록은 2021년의 4321억위안이다. 외국인의 적극적 매수세에 힘입어 상하이종합지수는 올들어 전날까지 4.89%, 선전성분지수는 8.10% 상승했다. 중국 증시는 춘제(설) 연휴로 29일까지 휴장하고 30일부터 거래를 재개한다.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은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올해 중국 기업들의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는 중국의 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 1164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올해 이익 증가율이 16.2%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 22.5% 이후 5년 만의 최고치다.

외국인은 채권 시장에서도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172억위안어치의 중국 채권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열 달 동안 지속됐던 순매도가 끝난 것이다. 2018년 외국인의 중국 채권 직접 투자가 시작된 이래 외국인이 두 달 이상 연속으로 매도 우위를 보인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작년 연간 순매도는 569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자금 유입에 위안화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이달 들어 1.8% 상승해 11월 2.9%, 12월 2.7%에 이어 석 달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다. 작년 11월 1달러당 7.3위안까지 올라갔던 위안화 환율도 최근 6.7위안대로 하락(위안화 강세)했다. 투자은행 UBS는 올 연말까지 위안화 환율 전망을 달러당 6.5위안, 모건스탠리는 6.65위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8월 인하 이후 5개월 연속 현상 유지 기조를 유지했다. 중국 특유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는 1년 만기가 연 3.65%, 5년 만기가 연 4.3%다. 1년 만기는 일반 대출,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 기준으로 쓰인다.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은데도 중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미국과의 금리 차이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경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매수세로 돌아서긴 했으나, 외국인은 지난해 미국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올리자 자금을 뺐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25~4.5%다.

또 올해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로 분석된다. 다만 가라앉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5년 만기 LPR을 2월 또는 3월에 소폭 인하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인민은행은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을 활용한 공개시장운영으로 이날 3260억위안의 단기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춘제 연휴를 앞두고 지난 9일 이후 2주 동안 순공급한 유동성은 2조2360억위안(약 407조원)으로 집계됐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