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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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각국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전쟁 탓에 작물 경작을 위한 연료, 비료 가격이 치솟아서다. 농사지을 사람이 턱없이 부족해 비옥한 우크라이나 농토마저 방치되고 있다.

우크라 전쟁으로 식량난 현실화…비료값 '사상 최고'
22일 블룸버그가 산출하는 그린마켓 주간 북미 비료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주 이 지역 비료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2002년 1월 7일을 100으로 두고 계산한 이 지수는 지난 18일 1248.09로 뛰었다. 지수 산출 이후 1200선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비료 가격은 40% 급등했다.

미국 농부들도 비료값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 일리노이 남부에서 옥수수 밀 대두 등을 재배하는 한 농부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t당 510달러이던 비료 가격이 올해 1508달러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2019년 비료 교역 규모가 90억달러에 달한 세계 최대 비료 수출국이다. 세계 비료 공급량의 15% 정도를 담당했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와 벨라루스 등에서 생산한 요소 칼륨 등 비료 원재료 수출은 크게 줄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비료 원료인 천연가스값까지 급등해 가격 상승세를 부추겼다. 러시아 물류 수송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비료 가격에 영향을 줬다.

전쟁 탓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지역 곡물 수출마저 힘들어졌다. 유엔국제농업개발기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밀과 옥수수 수출량의 40%가 중동과 아프리카로 향했다. 저개발 국가의 식량난이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계속되는 이유다.

코로나19 유행 후 공급망이 망가진 데다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엔 가뭄까지 겹쳤다. 여기에 전쟁 비용이 더해지면서 올해 2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40.7로 1996년 집계 작성 이후 최고였다. 베스 베츠돌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사무부총장은 세계 식량 공급 상황이 급격한 변화를 앞둔 티핑포인트에 직면했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 중동 국가에선 식량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레바논의 슈퍼마켓 진열대에선 밀이 자취를 감췄다. 빵 가격은 이달 들어 70% 급등했다.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등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식량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꼽힌다.

식품 생산 비용도 치솟고 있다. 과자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식용유부터 알루미늄 포장재, 밀 등 원재료 가격이 대부분 올랐기 때문이다. 제프 프리먼 미 소비자브랜드협회장은 올해 2월 이후 식품 제조 비용이 14.2% 상승했다고 밝혔다. 애초 올해 3분기께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던 식품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