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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일요일인 11일(현지시간) 밤 방송된 CBS '60분' 인터뷰에서 밝힌 말입니다. 그는 지난 1년간 줌을 통해 인터뷰하던 것과 달리 대면 인터뷰를 했고, 어조도 이전까지 하방 위험을 강조했던 것과 약간 달랐습니다. 다만 2021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올해 금리를 올리는 것 같은 건 매우 일어날 것 같지 않다(highly unlikely)"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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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언이 나온 직후 주가는 잠시 내리고 금리는 올랐다가 다시 회복됐습니다. 다우는 0.16%, S&P 500 지수는 0.02% 하락했고 나스닥은 0.36%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습니다.
최근 뉴욕 증시의 변동성은 크게 줄었고, 거래량도 매우 적어졌습니다. 지난주 주가가 급등했지만 주요 지수의 하루 변동폭은 1%를 넘지 않았습니다. 올 들어 150억 주를 꾸준히 넘어온 하루 거래량은 지난주 10억 주 안팎으로 떨어져(지난 5일 평균 95억 주) 투자자 이탈 등을 알리는 '나쁜 신호'일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습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보면 거래량과 주가는 큰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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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오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될 것이라는 Fed의 논리가 시장에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블랙록, 핌코 등 월가의 주요 금융사들도 의견이 일치합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주식전략가는 12일자 메모에서 "Fed와 싸우지 말라. 중앙은행은 원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얻어낸다"고 밝혔습니다. JP모간은 지난달 18일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가. 우리는 그렇지 않다.'(Worried about inflation? We’re not)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의 제라드 번스타인, 어니 테데스치 위원은 백악관 블로그에 글을 띄워 인플레가 일시적으로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향후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이 기저효과와 공급망 혼란, 보복적 수요(주로 서비스)로 인해 5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기준 2.3%에 달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화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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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예상보다 더 높게 나온 다해도 시장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이날 "인플레이션 수치를 풀이하는 게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올 하반기나 되어야 기저효과가 개선되면서 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② 고용 회복, 흑인 실업률 봐야
3월 신규 취업자 수는 예상보다 25만 명이나 많은 91만6000명에 달했습니다. 실업률은 6.0%로 떨어졌습니다. 팬데믹 발생 이후 찾지 못한 840만개 일자리를 올해 모두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월가는 이런 고용 회복이 금리 인상을 촉발할 가능성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월가가 흑인 실업률을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흑인과 라티노 실업률을 들어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일에도 파월 의장은 "매일 집밖을 나설 때마다 '노숙자 텐트촌'을 지나가며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미국인 수백만 명을 떠올린다. 이런 이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이 회복될 때까지 필요한 경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흑인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높습니다. 지난 1월 9.2%였던 실업률은 2월 9.9%까지 더 올랐다가 3월 9.6%에 머물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전인 작년 2월 6.0%까지 낮아지려면 갈 길이 멉니다. 전체 고용이 회복되어도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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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1분기 어닝시즌의 본격 개막입니다. 14일 JP모간과 골드만삭스(14일),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블랙록(15일) 모건스탠리(16일) 등 금융사뿐 아니라 델타항공, 펩시, TSMC, 알코아(15일) 등 굵직한 대기업들도 실적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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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증시에선 경제 재개 수혜주인 유나이티드항공이 90억 달러 채권 발행을 발표하면서 "1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66%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아 3.88% 급락했습니다. 카니발, 노르웨이지안크루즈, AMC엔터테인먼트 등 관련 주식들도 모두 내렸습니다.
반면 엔비디아는 5월 말로 끝나는 2022회계연도 1분기에 매출이 기존 전망치인 53억 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밝히면서 5.6% 상승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