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국내투자자가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종목이다. 지난 13일 기준, 41억9489만달러(약 4조5500억원)으로 테슬라 시가총액의 1%가 넘는다. 하지만 테슬라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요즘 고민이 깊다. 주가는 3개월 가까이 400달러 초반대에서 박스권에 갇힌데다가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7% 가까이 떨어졌다.

그랬던 테슬라 주가에 수급 호재가 터졌다. 지난 7월과 9월 두차례에 걸쳐서 실패했던 S&P500 지수 편입을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S&P500 지수에 편입한 종목들 중 상당수가 유동성의 힘을 바탕으로 편입 직후 주가 상승세를 나타낸만큼 테슬라 주가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S&P500 추종자금 유입 기대

S&P글로벌은 16일(현지시간) 테슬라를 S&P 500 지수에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편입은 오는 12월21일 이뤄진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3868억달러로 S&P500 상장기업 중 10위권 내다. S&P500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푸어스가 만든 지수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만 약 4조6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종하고 있다.

지수에 편입하려면 시총이 최소 82억달러 이상이어야 하고,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야한다. 테슬라는 올 3분기까지 5개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7월과 9월에도 S&P500 지수 편입 기대를 받았다. 테슬라는 올해 가장 뜨거운 관심종목이었던 만큼 지수 편입 기대는 주가에 선반영됐다. 지수 편입 실패 소식이 나온 지난 9월 8일 하루만에 21.06% 급락한 이유다.

하지만 이번엔 성공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13% 넘게 급등했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추종 자금 중 0.83%인 약 382억달러가 테슬라로 유입될 수 있다"며 "테슬라 유통주식수의 17.3%에 해당하는 규모"고 설명했다.

◆과거 대형 기술주 사례보니

과거 미국 대형 기술주들도 S&P500 지수 편입이라는 호재를 맛봤다. 하지만 종목별로 주가 희비는 갈리곤 했다. 편입 후 3개월간 주가 등락률을 보면 페이스북(15.93%)과 넷플릭스(36.70%)는 오른 반면 트위터(-23.20%)와 아마존(-18.32%) 등은 떨어졌다. 단순히 편입 지수 자체가 주가에 호재가 되기 보단 외부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당 업종 전망이 별로 좋지 않을 때는 기존에 벤처 캐피탈(VC)들이 S&P500 지수 편입을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기 때문"이라며 "테슬라도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는 만큼 기존 주주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면서 손 바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는 이미 글로벌 펀드들이 테슬라의 비중을 상당히 높여놓은 만큼 추가 자금 유입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는 편입효과 컸다

다만 올해는 셈법이 좀 달라질 수 있다. 높아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지수 편입 효과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S&P500에 새로 편입된 종목들은 편입 후 1개월간 주가 흐름이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지난 9월 21일에 동시 편입한 테라다인(19.70%), 엣시(14.65%), 캐털란트(8.02%) 등은 모두 편입 후 한달 간 주가가 상승했다. 10월 7일에 편입한 풀도 이후 한달 간 15.45%나 올랐다.

고 센터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글로벌 펀드들은 전기차·그린 테마에 속하는 테슬라에 대한 비중을 쉽게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손바뀜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긴 어려워도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