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천자칼럼] 한남일녀 커플
고대부터 한국과 일본이 교류를 이어온 만큼 ‘국제결혼’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흔적은 도처에 남아 있다. 2001년 아키히토 일왕은 “간무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1182개 일본 귀족 성씨를 모아 815년 편찬한 <신찬성씨록>에는 백제계(104개), 신라계(9개), 가야계(9개), 고구려계(41개)의 한반도 출신 성씨가 올라 있다.
불운한 역사 탓에 한·일 커플에겐 축복보다 시련이 닥친 경우가 많았다. 일제강점기 한·일 커플은 1912년 116쌍에서 1933년 1029쌍으로 꾸준히 늘었다. 영친왕 이은, 아나키스트 박열, 화가 이중섭 등이 일본인 처를 뒀다. 한반도에 거주한 일본인 민간인이 71만 명(1945년 기준)에 달한 만큼 한·일 부부가 별난 것도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말기엔 일본에 강제 징용된 조선 청년이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지 여성과의 결혼을 유도하기도 했다. 해방 당시 한국인 남편을 따라 건너온 일본인 여성은 1000명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한국인 남성과 일본 여성의 혼인이 1494건으로 전년 대비 25.8%(306건) 급증했다. 국가데이터처가 2008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다. 한남일녀 커플은 2022년 이후 매년 늘고 있다.
한남일녀 커플이 증가한 배경으로는 일본에서 한류 인기가 높아졌고 양국 간 경제력 격차가 좁혀진 점이 꼽힌다. 여기에 한국 남성은 적극적이고, 일본 여성은 세심하고 배려가 깊다는 상대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도 한몫했다. 한·일 부부가 늘어난 만큼 양국 간 이해도 깊어지길 바란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