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다이소 별 저금통으로 치이카와 별 캐릭터 굿즈를 만드는 방법이 확산하고 있다. 오른쪽은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별 캐릭터의 모습.  /사진=SNS·애니박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SNS에서 다이소 별 저금통으로 치이카와 별 캐릭터 굿즈를 만드는 방법이 확산하고 있다. 오른쪽은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별 캐릭터의 모습. /사진=SNS·애니박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치이카와 팬들이 다이소 별 저금통의 얼굴을 지우고 있다. 저금통에 그려진 눈과 입을 마카펜으로 덮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별 캐릭터와 똑같이 꾸미기 위해서다. 일부 다이소 매장에서 별 저금통은 일시 품절됐을 정도다. 치이카와 팬들의 굿즈 제작 열풍이 다이소 신발 정리 집게에 이어 별 저금통으로 번지면서, 생활용품이 '덕질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팬덤 소비가 굿즈를 소유하는 방식에서 참여·창작형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0원 저금통이 굿즈로…매출 한 달 새 400%↑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다이소 매장에서 '별 저금통' 제품이 일시 품절됐다.  /사진=박수빈 기자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다이소 매장에서 '별 저금통' 제품이 일시 품절됐다. /사진=박수빈 기자
4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다이소의 '별 모양 저금통' 매출은 9월 대비 10월 약 400% 증가했다. 매출이 급증한 시기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개봉 시점과 맞물린다. 영화는 지난 9월30일 개봉했다. 극장판 개봉으로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소비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별 저금통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애니메이션 속 별 캐릭터와 외형이 닮아서다. 저금통에 그려진 눈과 입을 마카펜으로 덮은 뒤 수정펜으로 눈동자 디테일을 그리면 끝이다. 2000원인 저금통과 펜만 있으면 된다. 팬들이 별도의 정식 굿즈를 구매하는 대신 저렴한 생활용품을 활용해 캐릭터 굿즈를 직접 만드는 이유다.

별 저금통 꾸미기는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릴스에 올라온 '치이카와 별똥별 만들기' 제작 영상은 조회 수 283만 회를 돌파했다. 제작법을 공유하는 영상뿐 아니라 제작 인증 콘텐츠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치이카와 팬들이 다이소 앱에 별 캐릭터 굿즈 제작 후기를 남기고 있다.  /사진=다이소 앱 별 저금통 후기 갈무리
치이카와 팬들이 다이소 앱에 별 캐릭터 굿즈 제작 후기를 남기고 있다. /사진=다이소 앱 별 저금통 후기 갈무리
다이소 애플리케이션(앱) 상품 후기에서도 팬들의 소비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구매자들은 치이카와 캐릭터 인형과 직접 만든 별 저금통을 함께 촬영한 사진을 올리거나, 저금통에 조명을 넣어 무드등으로 활용한 영상을 공유했다. "치이카와 별똥별 만들려고 샀다", "별 만드는 게 유행이길래 만들어보고 싶어 구매했다", "일시 품절이 풀렸다는 소식에 급히 구매했다" 등 제작을 목적으로 제품을 구매했다는 후기도 이어졌다.

"내 손으로 만드는 굿즈"…팬덤 소비의 새로운 방식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미니소 홍대점에서 치이카와 굿즈가 대부분 품절됐다.  /사진=박수빈 기자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미니소 홍대점에서 치이카와 굿즈가 대부분 품절됐다. /사진=박수빈 기자
별 저금통은 일부 다이소 매장에서 일시 품절됐다. 이날 홍대입구역 인근 다이소 매장을 둘러본 결과 모두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매장 직원은 "지금 물류도, 재고도 없다"며 "별 저금통은 없어진지 꽤 됐다. 유행 아이템을 빨리 없어져서 재고 남은 곳 찾아서 빨리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들이 정식 굿즈 대신 생활용품점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굿즈 대란과 무관하지 않다. 영화가 개봉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도 치이카와 굿즈는 구하기 어려웠다. 지하 2층 전체가 치이카와 굿즈로 채워진 홍대 미니소는 이날 굿즈보다 텅 빈 매대가 많았다. 매장 직원은 "2주 전에 제품이 들어와 재고를 채웠는데 주말에 거의 다 나갔다. 채워지는 날짜가 공지된 이후, 그 주 주말에 매대를 비운 채로 둘 만큼 손님들이 많이 오셨다. 언제 들어올지는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애니 굿즈샵에서 팬들이 치이카와 굿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애니 굿즈샵에서 팬들이 치이카와 굿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홍대 애니메이션 굿즈샵도 마찬가지다. 이날 한 굿즈샵 점주는 치이카와 제품을 찾는 질문에 "이미 떨어져서 없다. 제품이 없어 치이카와 구역도 뺐다"고 했다. 치이카와 굿즈를 파는 매장도 있었지만, 손바닥 크기의 인형이 3만원대를 이루고 있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유형 팬덤 소비'에서 '참여·창작형 팬덤 소비'로 확장하고 있다고 봤다. 과거에는 캐릭터의 공식 굿즈를 구매해 소유하는 것이 팬덤 소비의 대표적인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평범한 생활용품을 직접 꾸미고 자신만의 굿즈로 재탄생시키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팬들이 직접 굿즈를 만들면서 제품이 기능적 가치에서 상징적 가치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SNS에서 만드는 과정과 결과물을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 또한 소비자 참여 소비를 촉진하는 배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팬덤의 '설렘'은 단순 '덕질' 소비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 지표를 움직이는 '덕질 경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K-컬처를 매개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총망라해 대중의 열광이 어떻게 '설레는 소비'로 치환되는지 그 이면의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날카롭게 포착하고자 합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