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정리·수납 방법과 관련 용품을 소개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캡처=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에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정리·수납 방법과 관련 용품을 소개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캡처=인스타그램
20~30대 사이에서 좁은 집을 넓게 쓰는 '정리·수납'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높은 집값과 주거비 부담으로 넓은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적은 비용으로 지금 사는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사람들이 늘면서다.

23일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썸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9월 22일~10월 23일) '수납템' 언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86% 늘었다. '수납'은 159.33%, '정리템'은 109.45% 증가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좁은 집 공간 활용법' '작은 세탁실에 팬트리 만드는 법' '자취생 필수 5평 원룸 수납 추천템' 등의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주방과 냉장고, 세탁실 등 공간별 수납법은 물론 가구 사이 빈틈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인스타그램에서 수납 관련 해시태그 게시물은 12만개, 정리정돈 관련 게시물은 32만개를 넘어섰다.

특히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기존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정리 전후 모습을 비교하고 사용한 제품의 가격과 구매처를 소개하는 콘텐츠도 인기다.
다이소 길이 조절 정리함의 매장별 재고 현황. 상당수 매장에서 '일시품절'로 표시되거나 재고가 1개 이하로 남아 있다. /캡처=다이소 온라인몰
다이소 길이 조절 정리함의 매장별 재고 현황. 상당수 매장에서 '일시품절'로 표시되거나 재고가 1개 이하로 남아 있다. /캡처=다이소 온라인몰
SNS에서 인기를 얻은 제품은 실제 구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다이소 온라인몰을 확인한 결과 일부 정리·수납용품은 일시품절 상태였다. 수납장 위쪽의 빈 공간을 활용하는 압축봉과 선반을 비롯해 냉장고 정리용 수납함, 팬트리 수납함 등도 품절 상태였다. 길이 조절 정리함 등 일부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품절됐거나 재고가 소량만 남아 있었다.

정리·수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는 청년층의 주거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집값과 월세 부담은 커지는데 실제 거주하는 공간은 좁아지면서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국토교통부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가구주 19~34세)의 1인당 주거면적은 31.1㎡로 전년(32.7㎡)보다 1.6㎡ 줄었다. 전체 가구 평균(36.0㎡)보다 4.9㎡ 좁다.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청년가구 비율은 같은 기간 6.1%에서 8.2%로 높아졌다. 전체 가구 평균(3.8%)의 두 배가 넘는다. 청년가구의 자가점유율은 14.6%에서 12.2%로 떨어졌고, 임차 비율은 82.6%에 달했다.

혼자 사는 가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일반가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율은 36.6%로 2000년(15.5%)의 두 배를 넘었다. 세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1인 가구다.

더 넓은 집으로 옮기기 위한 문턱은 높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7007만원, 중위가격은 10억8600만원이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6만1000원으로 1년 전(144만3000원)보다 21만8000원 올랐다.

원룸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71만원으로 전월보다 3만5000원(5.2%) 올랐다.
사진=다이소 온라인몰
사진=다이소 온라인몰
실제로 4년 전 서울에 상경해 혼자 살고 있는 20대 윤모 씨는 늘어나는 살림살이 때문에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할까 고민했지만, 월세와 보증금 부담에 결국 포기했다. 대신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윤씨는 "살림살이는 계속 늘어나는데 집이 좁다 보니 물건이 조금만 어질러져도 답답해 보였다"며 "SNS에서 공유되는 수납 방법을 따라 해봤더니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집이 훨씬 깔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리된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집도 한결 넓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집의 크기를 쉽게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정리·수납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생활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몇천원짜리 정리함이나 선반으로도 기존에 활용하지 못했던 공간을 사용할 수 있고, 물건을 정돈하는 것만으로 집이 한결 쾌적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리·수납을 통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집이 깔끔해지는 변화를 직접 확인하면서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관심을 끄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