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세계가 우랄산맥과 인도 벵골지방 사이 어디쯤에서 끝난다고 믿었다. 그는 인도를 정복하고자 했지만, 인도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탈리아반도에서 시리아 해변까지 선박으로 이동하는 데 50일, 육로로 125일 걸린다는 점에 기초해 몇 년 안에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정확한 지도를 손에 쥐었다면 인류 역사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천자칼럼] 지도 전쟁
현대 사회에서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지도를 접할 수 있다. 흔해지다 보니 지도를 길을 안내하는 단순한 도구 정도로 여기고는 한다. 하지만 각종 지리 정보가 담긴 지도는 인간의 삶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치곤 했다.

지도에는 당대 세계관이 오롯이 담겨 있다. 중세 유럽의 ‘T-O 지도’는 성지 예루살렘을 정중앙에 뒀다. 조선 초 제작된 세계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에는 한반도가 아프리카 대륙보다도 크게 그려졌다. 1884년 국제위원회는 영국 수도인 런던 근교 그리니치를 세계 경도의 기준점으로 삼았다. 이후 최강국 영국을 기점으로 한 근동, 중동, 극동이라는 지리 개념이 자연스레 등장했다.

“밤하늘의 총총한 별이 가야 할 길의 지도가 되는 시대는 복되도다”라는 문예평론가 죄르지 루카치의 비유처럼 지도는 삶의 이정표가 되기도 했다. 6·25전쟁 당시 미 제1해병사단은 ‘초신’이라는 일제강점기 지명이 담긴 낡은 지도 한 장에 의지해 장진호의 사지에서 벗어났다. 콜럼버스가 무작정 서쪽으로 떠날 용기를 낸 것도 지구 크기를 실제보다 3분의 1 정도로 작게 파악한 지도 덕이 컸다.

현대자동차·기아 차량에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내비 등을 깔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다. 현대차그룹이 신차에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기본 내비게이션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을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시킬 발판을 마련했다. 내비게이션업계는 지도 시장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진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바꿔나갈 세계의 모습이 기대된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