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밀워키 우승 비결 '피칭랩'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밀워키 브루어스의 주전투수인 제이컵 미저라우스키의 평균 구속은 시속 100마일(약 161㎞)을 넘는다. 지난 24일 월드시리즈 1차전에선 103.5마일(약 166.6㎞)의 강속구를 던졌다. 주무기는 패스트볼이지만, 슬라이더 역시 96마일(약 154㎞)을 넘나든다. 선발투수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시속 100마일 이상의 공을 1000개 넘게 던진 기록도 세웠다.

미저라우스키는 어제 열린 5차전에 선발 등판해 팀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투수 공장’으로 불리는 밀워키 피칭랩(Pitching Lab)이 빚어낸 파이어볼러의 전형이다. 밀워키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이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빅마켓 구단과의 선수 몸값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축한 게 저비용·고효율의 선수 영입·육성 시스템, 바로 피칭랩이었다.

피칭랩은 선수의 투구 동작과 신체 역학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잠재력을 발굴하고 강점을 극대화한다. 영화 ‘머니볼’로 유명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초기 데이터 야구를 몇 단계 더 진화시킨 시스템이다. 시장에서 외면받거나 다른 구단에서 주목받지 못한 투수도 이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63순위로 지명된 미저라우스키도 이 시스템이 발굴한 원석이다. 탁월한 강속구를 갖췄지만 제구력 불안으로 빅마켓 구단이 외면한 그를 밀워키가 품어 키웠다.

밀워키 피칭랩의 성공은 인재 육성의 본질을 보여준다. 많은 조직이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찾는다. 그러나 모두가 처음부터 완성된 경력을 갖출 수는 없다. 덜 다듬어진 인재라도 단점을 보완해주고 잠재력을 극대화한다면 그 과정만으로도 조직과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공짜는 없다. 빠듯한 재정의 밀워키조차 첨단 피칭랩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만 6000만달러(약 8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 투자였다. 원석을 발굴해 잠재력을 꽃피우는 체계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 이제 우리 사회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이정호 논설위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