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현선 씨는 최근 편의점에서 자녀에게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티니핑’ 모양 아이스크림을 사줬다가 중국산인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는 “한글 포장지에 가격도 4500원으로 고가라 국산 제품인 줄 알았다. 중국산인 걸 알았다면 구매하기 전에 다시 생각해봤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산 아이스크림과 빵 등 가공식품이 편의점과 마트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SNS에서 화제가 될 만한 이색 제품을 트렌디한 한글 포장에 담아 국내 유통업체의 단독·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중국산 양산빵도 인기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편의점 4사가 단독·PB 상품으로 출시한 아이스크림 107개 중 45개(42%)가 중국산이었다. 계란프라이 모양의 ‘계란이 들었나바’(세븐일레븐), 아보카도 모양의 ‘아보팝’(이마트24)부터 인기 캐릭터 모양의 ‘패트와 매트 반반바’(CU), 인기 아이돌그룹과 협업한 ‘키키픽 딸기젤라또바’(GS25)까지 대부분 아이들이 선호하는 모양의 이색 제품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산 아이스크림 수입량은 2022년 416t에서 지난해 3579t으로 3년 만에 8배 넘게 급증했다.
"중국산인 줄 알았으면 우리 애 안 먹였죠"…눈뜨고 당했다
편의점이 앞다퉈 중국산 이색 아이스크림을 내놓는 배경에는 SNS를 통해 확산하는 ‘펀슈머’(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가 있다. 녹지 않고 젤리로 변하는 중국산 아이스크림 ‘메롱바’는 지난해 GS25에서만 출시 2개월 만에 500만개 이상 팔리며 아이스크림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3000원 이상으로 국산 제품보다 비싸지만 1020세대를 중심으로 SNS 유행이 번지자 단기간에 수십만 개가 팔리는 핵심 상품이 됐다”고 했다.

중국산 양산빵도 저가빵 이미지를 벗고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마트에서는 작년 1월부터 지난 16일까지 ‘18겹 밀푀유식빵’(64만개) ‘한입 카스테라’(58만개) ‘밀크브레드’(27만개)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

중국업체의 한국 시장 공략 방식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의 저가 공세에서 벗어나 기획력과 생산 능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SNS발 글로벌 소비 트렌드 상당수가 중국에서 시작될 뿐 아니라 대응 능력도 뛰어나다. 한국에서도 번진 수건케이크 버터떡 트렌드 역시 중국에서 시작됐다.

◇“2~3개월이면 맞춤 상품”

가공식품은 원산지와 안전성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가 많아 국내 업체가 오랫동안 지켜온 영역이었다. 하지만 인기 캐릭터와 트렌디한 한글 포장을 입혀 들여온 중국산은 국산 제품과 구분하기 쉽지 않아 최근 편의점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국산 가공식품의 안전성 논란도 이미 제기되기 시작했다. 작년 말 ‘메롱바 사태’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허용되지만, 유럽연합(EU)에선 천식 유발 물질로 금지한 타르계 색소가 들어 있어 논란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유통업계는 정식 판매되는 수입식품이 검사를 거친 만큼 안전하다는 입장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유통업체가 안전성 리스크에도 중국산을 찾는 것은 국내에서 같은 제품을 빠른 속도로 제조하기 어려워서다. 특히 아이스크림은 전용 금형 설비가 필요해 국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이 쉽지 않다. GS25가 국내 협력업체와 메롱바를 국산화하는 데만 8개월가량 걸렸다. 중국 업체는 2~3개월이면 맞춤 상품을 생산한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SNS 유행 상품은 수명이 3~6개월에 불과해 빨리 내놓는 것이 관건인데 국내에 생산을 맡기면 시기를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중국산 가공식품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해외 판로 확대를 꾀하는 중국업체에 한국은 아시아 시장 확장에 유리한 최우선 공략 대상”이라고 했다.

맹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