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체들이 영화 제작과 티켓 예매, 공연 기획 등 본업에서 벗어난 신사업으로 수익 다각화에 나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과 광고주의 마케팅 비용 감축 등 악재가 겹쳐 전통적인 기업 광고 대행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계열사 광고 축소에 실적 악화
27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제일기획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조9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줄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4.2% 감소한 1292억원에 그쳤다. 최대 광고주인 삼성그룹이 올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마케팅비를 보수적으로 집행하면서 캡티브(계열사) 광고 물량이 줄어 실적이 악화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에픽AI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제일기획의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14%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2위인 이노션도 마찬가지다. 캡티브 광고 물량 부진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추정치를 밑돌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LG그룹 계열 HSAD는 작년 상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폭을 크게 줄이지 못했다.
장기적인 전망도 밝지 않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간단한 이미지와 카피, 배너 광고 등을 자체 제작하는 기업이 늘면서 광고대행사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본업인 광고대행업 부진에 광고업체들은 지식재산권(IP) 콘텐츠 기획·유통 등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대표적인 예가 이노션이다. 이노션은 단편영화를 통해 광고주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전달하는 콘텐츠 플랫폼인 ‘시네마 바이 브랜드’를 이달 출시했다. 이미 제작된 영화와 드라마에 제품과 로고를 노출하는 간접광고(PPL) 방식에서 벗어나 기획 단계에서부터 브랜드와 영화 창작자를 연결해 영화 스토리로 브랜드를 홍보하는 사업이다.
이노션은 2024년 현대자동차와 단편영화 ‘밤낚시’를 제작해 전국에서 유료 관객 4만6000명을 끌어모으는 성과를 냈다. 이번엔 한화그룹과 손잡고 ‘우주 태양광’을 주제로 한 영화 제작에 나섰다. HSAD가 올해 AI를 활용해 제작한 단편영화 ‘이븐’과 ‘더 메신저’도 글로벌 영화제에서 연속 수상했다.
◇티켓 예매 등 수익 다각화
티켓 예매 등 아예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기업도 있다. 롯데그룹 계열 대홍기획은 뮤지컬과 연극, 전시 등 문화 콘텐츠 할인 티켓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예매할 수 있는 플랫폼 ‘엘티켓’을 지난 9월 열었다. 시장 조사와 높은 소비자 이해도 등 광고업체의 강점을 살려 롯데그룹의 모바일 쿠폰 서비스 ‘기프티엘’과 연계한 상품을 선보이는 등 수익 모델을 확장할 계획이다. SM엔터테인먼트 계열 SM C&C는 TV 예능프로그램 공동 제작자로 참여해 음원과 공연, 굿즈 등으로 파생하는 IP 비즈니스 확대에 나섰다.
제일기획은 광고업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AI를 광고·마케팅 업무 효율화에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5월 ‘제일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 오케스트레이터’를 출시했다. 챗 GPT와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등 AI에 소비자가 특정 질문을 입력했을 때 각 브랜드 제품이 얼마나, 어떻게 노출되는지 분석하고 이에 맞춘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는 서비스다.
구글, 네이버, 메타 등 매체별 규격에 맞춘 배너 광고 제작 시간을 기존 반나절에서 단 5분으로 단축하는 AI 자동화 솔루션 ‘베리에이드’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