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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반도체 굴기' 비상
내년 시험생산 목표 '흔들'
노광장비 구매도 협상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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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군 산하 통신·방산기업 비엣텔이 추진하는 반도체 제조공장의 2027년 시험생산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매체가 지난주 방문한 하노이 외곽 공장 예정 부지는 여전히 잡초와 수풀로 뒤덮여 있었다. 지난 1월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과 이달 에어버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도 공장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 진행 상황을 직접 알고 있는 한 소식통은 비엣텔의 반도체 공장 건설 경험 부족, 정부 자금 확보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적 문제 등을 사업 지연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부가 지시한 사업 자체는 진행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추진 일정은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비엣텔은 공장 건설이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회사는 "사업은 수립된 계획과 일정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업 관련 활동은 기술적 요건과 실행 조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적절한 시점에 추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재무부는 이 매체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핵심 반도체 제조장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진전이 더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매체가 접촉한 복수의 소식통은 비엣텔이 ASML과 수개월째 장비 구매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 3명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논의 대상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가 포함됐다. DUV 노광장비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미세한 반도체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데 사용된다.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비엣텔이 어떤 종류의 DUV 장비를 구매하려는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구체적인 장비에 따라 네덜란드의 수출통제 적용 여부, 도입 비용 등이 달라질 수 있다. ASML 측은 비엣텔과의 협상에 관한 논평을 거부했다.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의 공급 여건도 변수다. ASML은 이달 인공지능(AI) 산업의 호황으로 향후 2년간 최첨단 장비 수요를 완전히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상대적으로 오래된 세대의 장비는 공급 제약이 비교적 덜할 것으로 예상했다.
ASML은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액침 방식 DUV 장비 시장에서도 최대 공급업체 자리를 지키면서 일본 니콘과 경쟁하고 있다.
베트남 당국이 추산한 공장 건설 비용은 약 13억달러. 업계 일각에선 베트남의 반도체 제조 기술 확보 계획이 상당히 도전적인 수준이란 평가가 나온다.
비엣텔은 지난 1월 공장 착공 당시 2030년까지 시설을 완전 가동하고 항공우주·통신·자동차 산업에 반도체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당시 제시한 생산 목표는 3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이다. 반도체 제조 경험이 없는 기업이 처음부터 추진하기 어려운 정도의 높은 기술 수준이란 평가다.
인도 타타일렉트로닉스가 추진하는 반도체 제조공장과 비교하면 차이가 드러난다. 타타일렉트로닉스는 대만 파워칩반도체제조(PSMC)와 협력해 인도 구자라트주에서 110억달러 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초기엔 55㎚와 90㎚ 공정으로 생산을 시작한 뒤 28㎚ 공정을 추가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비엣텔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32㎚ 공정에 관한 내용을 삭제한 상태다. 기존 반도체 제조업체와 기술·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협력 관계를 맺었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베트남 정부가 해외 기업을 유치해 자국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건설하도록 추진한 시도도 그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은 반도체 산업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공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2045년까지 고소득 국가로 도약하고 2030년까지 연 10% 이상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겠다는 정책 목표와도 맞물린 계획이다.
반면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선 이미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인텔·앰코테크놀로지, 한국 하나마이크론 등이 베트남에서 대규모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현지에 반도체 테스트 공장을 구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