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도 맥주도 안 산다?"…술자리 확 바꿀 '신상' 나왔다
지난 6월 서울 홍대 인근의 한 삼겹살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소맥(소주+맥주) 잔을 기울였다. 식탁에 오른 술은 테라 맥주와 참이슬 소주를 섞은 일명 ‘테슬라’. 하이트진로가 테슬라를 캔 하나로 즐길 수 있는 완제품을 출시한다. 주류시장 침체 속에 부진한 실적을 끌어올릴 실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이르면 이달 알코올 도수 6% 안팎의 소맥 캔(485mL)을 출시, 편의점 등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제품명은 ‘테라 소맥’으로 알려졌다. 소주와 맥주를 따로 사서 섞지 않아도 캔을 따면 바로 마실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소주 시장 1위인 하이트진로가 참이슬과 테라의 브랜드 경쟁력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군으로 확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맥은 국내에서 익숙한 주류 음용 방식이지만 대형 주류업체는 완제품 출시에 신중했다. 두 종류의 술을 각각 구매하던 수요가 소맥 캔으로 옮겨가면 신제품 매출이 늘어도 기존 제품 판매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틈을 파고든 곳은 충청권 업체 선양소주다. 지난 6월 세븐브로이맥주와 손잡고 ‘선양 오크소맥’을 출시했다. 라거 맥주 450mL에 선양오크 소주 40mL와 오크통 숙성 쌀 증류식 소주 원액 10mL를 배합했다. 용량은 500mL, 도수는 5.7%다. 편의점 4곳에 입점해 출시 40일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 캔을 넘겼다.
"소주도 맥주도 안 산다?"…술자리 확 바꿀 '신상' 나왔다
하이트진로가 테라 소맥을 내놓은 배경엔 주류 시장 위축이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79만3000kL로 전년보다 2.8% 줄었다. 맥주 출고량도 151만9000kL로 7.2% 감소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매출은 2조4986억원으로 전년보다 3.9% 줄었다.

소맥 캔의 성장 여부는 새로운 수요 확보에 달렸다. 야구장과 스크린골프장, 캠핑장 등 야외에서 두 종류의 술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이 무기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간편함을 앞세워 소비자가 소맥을 즐기는 장소와 상황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와 오비맥주도 시장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다만 브랜드별 전략과 셈법은 다르다. 처음처럼·새로와 클라우드를 보유한 롯데칠성은 클라우드 광고에서 ‘맥주, 그 자체로 완벽’을 내세웠다. 소주를 섞지 않고 즐기는 맥주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비맥주는 지난 9월 말 도수 15%의 제로슈거 소주 ‘찰랑’을 출시했다. 카스를 통해 확보한 강력한 음식점·주점 영업망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지난달 찰랑 취급 매장은 전국 2848곳으로 출시 한 달 만에 3000곳에 육박했다. 카스와 찰랑을 함께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